“사과 수입은 생존 붕괴”…경북 농민들, 대규모 상경 집회
청송·문경·영주 농민들 “반값 수입 사과 들어오면 지역경제 송두리째 무너져”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이하 한농연경북도연합회)는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경북농민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불투명한 협상 대응과 농업을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대회에는 경북 22개 시군에서 모인 농민 500여 명(주최 측 추산)과 화물트럭 80여 대가 집결해 용산 일대를 메웠다. 참가자들은 "국민 먹거리와 농민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협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는 미국 측이 관세 조정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긴급히 마련됐다.
참가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철폐 요구, 사과·쌀 등 주요 농산물 검역 완화, GMO 및 농약 허용기준 완화 압박 등이 현실화되면 경북 농업 기반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종만 한농연경북도연합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지금 협상 테이블에 어떤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지조차 농민들은 알 수 없다"며 "이처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정부 대응은 농업을 외면하는 처사이며, 국민 식량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청송에서는 화물차 10여 대와 농민 30여 명이 상경해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청송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13%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로, 지역 경제 역시 사과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심천택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청송군연합회장은 "청송군 농민들은 사과 수입이 곧 생계 붕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가 우리의 땀과 생존을 외교 협상의 제물로 삼겠다는 것은 농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산불 피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탄저병과 인건비 상승, 폭염까지 겹쳐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라며 "이 와중에 값싼 수입 사과까지 들어온다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는 농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들은 사과 수입이 현실화될 경우 '반값 수입 사과'가 대거 유통되면서 국내산 사과 가격이 폭락하고, 과수 농가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장에 참석한 농민들은 사과 수입 문제를 두고 "청송, 문경, 영주, 안동 등 사과 주산지가 밀집한 경북은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반값 수입 사과가 들어오면 지역경제가 송두리째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한농연경북도연합회는 앞으로 전국 농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필요 시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 정부 항의 방문 등 후속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