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18곳 올스톱…땅값 반토막났는데 매각도 안돼
민간 사업자 "지을수록 손해"
PF 대출 변동금리로 부담 커

“공사가 멈춘 지 한참 됐어요. 매각한다던데 잘 안되나 봐요.”
25일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1403가구) 사업장 앞은 평일 낮이었지만 한산했다. 공사 차량이 들어서는 정문 앞은 주차된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7번 출구 앞에 있어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공사는 4층에서 멈춘 지 오래다.
청년안심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급증하면서다. 청년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안심주택 사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늘리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사업 취소, 공사 중단 잇따라

이날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제도가 도입된 뒤 올해까지 추진된 청년안심주택 150곳 중 18곳이 사업 취소, 공사 중단, 부도로 차질을 빚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공매·경매가 진행되거나 부동산신탁사에 공매를 신청한 곳, 인허가 이후 5년 동안 사업이 승인되지 않은 곳 등을 포함한 수치다.
2022년 착공한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은 포털사이트에 여전히 연말 준공 예정으로 안내돼 있다. 하지만 공사는 멈췄고 사업지는 매물로 나와 있다.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 있는 청년안심주택 예정지도 마찬가지다.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몇 차례 공매로 나왔지만 지난 5월 최종 유찰됐다. 감정평가 금액이 900억원을 넘었지만 500억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준공이 끝이 아니다. 운영 중인 곳도 매물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노원구 월계동 청년임대주택은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대한토지신탁에 매각을 요청했다. 지난달 말 기준 대한토지신탁에 매각을 요청한 청년안심주택 사업장은 7곳에 달한다. 이 중 3곳은 입주가 완료된 단지다.
공급 물량은 쪼그라들고 있다. 내년 공급 물량은 공급이 시작된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202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신규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아직 없다.
◇공사비 급등에 혜택도 없어
민간 사업자가 청년주택을 지을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출에 따른 변동금리 부담도 크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시는 240억원에 대해서만 2%까지 이차보전을 하지만 여전히 금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차보전은 시·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때 금리와 금융기관에서 대출할 때 금리 차를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차보전을 3%로 상향하려 했지만 예산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토지취득세를 감면받는 임대사업자와 달리 사업 초기 토지매입분에 대한 취득세 감면이 불가능하다. 시행사 관계자는 “토지 취득일로부터 1년6개월 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취득세를 감면해준다”며 “현실적으로 1년6개월 내 여러 필지를 매입하고 사업 계획을 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사업시행자인 신탁사와 위탁사인 임대사업자가 달라 건축물 취득세 감면도 받지 못한다. 건축물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면 해당 건축물 소유자와 임대사업등록자가 동일해야 한다. 신탁사업장은 표기상 소유자로 신탁사, 임대사업자 등록은 실제 소유자로 달리한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공공임대(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30%)와 민간임대(70%)로 구분되고, 10년 운영 후에 분양할 수 있어 시행사 자금 사정이 팍팍하다”며 “소셜믹스나 사업성 측면에서 일부 물량을 분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채욱 지에이치파트너즈 대표는 “임대료 책정과 입주자 자격 요건 등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민간에 자율성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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