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의 노트] 공정 사회와 공정 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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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대학 공화국'이다.
천연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했고, '대학'은 스스로가 쓸모 있는 자원임을 입증하기 위한 간단하면서도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년들이 대학 입학이라는 첫 관문에서부터 환경적 요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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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대학 공화국'이다. 천연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했고, '대학'은 스스로가 쓸모 있는 자원임을 입증하기 위한 간단하면서도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됐다.
과거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학생 스스로 노력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TV 프로그램 '공부의 왕도'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와 같은 대입 자기계발서에는 이런 부류의 사연이 자주 등장했다. 어릴 적 내 책장에도 그런 책들이 여럿 꽂혀 있었는데, 공부가 자수성가의 길이자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작동하던 때였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대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돈이 돈을 번다'라는 말처럼,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출신 배경이 경제력에 따라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균형전형이 있는 서울대에서도 서울 출신 입학생 비율이 32%에 달하고, 강남3구 출신 입학생 비율이 12%에 달한다.
특히 '깜깜이 전형'이라고도 불리는 수시전형 모집 비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생들 간 대입 준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내신, 교과 세특, 동아리, 논술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기에 경제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일수록 외부의 도움을 받아 입시를 준비할 기회도 많아진다.
대학들은 매년 새로운 전형을 내놓고 있는데, 합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6개의 수시 원서를 제대로 쓰고자 사설 입시 컨설팅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나도 고3 시절 지방 교육청의 입시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서울권의 사설 전문 컨설팅과 큰 차이가 있을까봐 불안했던 경험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입시 정보의 차이가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혼탁한 상황 속에서 사회 유력 인사들의 자녀 입시 비리는 일반 학생들을 더 좌절하게 만든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입시 제도의 신뢰를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대학은 모집전형의 평가 요소를 세분화해 구체적인 반영 비율을 명확히 공개해야 하고, 교수나 입학사정관 등의 입시 비리에 대한 실제 징계도 강화돼야 한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갖기 위해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돈을 받고 문제를 팔거나 시험지가 유출되는 행태가 발생해서도 안 된다.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년들이 대학 입학이라는 첫 관문에서부터 환경적 요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무력감은 고립·은둔 청년 증가 문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대입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얼마 뒤 2026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오늘부로 110일 남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공정하게 평가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지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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