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관 주키퍼의 업세이] 동물의 세계와 무병장수

2025. 7. 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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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상어·북극고래 등
나름의 생존능력 터득하며
수명 무려 200~500년 달해
자연에 숨어 있는 노화 저항
오래, 잘사는 삶 질문 던져

요즘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저속 노화'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늙어 가는 겉모습을 젊게 가꾸는 데 집중했다면, '저속 노화'는 훨씬 더 깊이 있고 총체적인 개념이다. 단순히 젊음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 그리고 긍정적인 정신 건강을 통해 신체와 마음이 균형 잡힌 상태로 '질 높은 삶'을 오랫동안 누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라이프스타일이자 철학에 가깝다.

특히 2030세대가 이 트렌드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잘' 나이 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억지로 거스르기보다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가꾸고 삶의 여백을 음미하며 천천히 익어 가는 과정을 사랑하는, 그런 성숙한 태도인 셈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이 '저속 노화'라는 개념을 우리 인간에게만 한정해야 할까. 놀랍게도 자연 속에는 이미 인간이 꿈꾸는 '저속 노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한 경이로운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마치 시간을 거스르듯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자연의 현자들을 만나보자.

우선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다른 설치류와 달리 암에 걸리지 않고, 심지어 노화의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생쥐보다 스무 배나 더 오래 사는, 말 그대로 '생물학적 불사'에 가까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차가운 심해를 유유히 유영하는 그린란드 상어는 무려 500년 가까이 살 수 있다고 알려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인데, 극도로 느린 신진대사가 장수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북극해의 얼음 바다를 누비는 북극고래는 200년 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상에서 오래 사는 포유류 중 하나다. 이들의 몸속에는 손상된 DNA를 스스로 복구하는 특별한 능력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이들은 분명 우리 인간이 상상하는 '저속 노화'의 물리적·생물학적 특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존재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삶의 질'이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저속 노화'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질 높은 삶과 행복,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식을 포함하듯, 이 생명체들의 삶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어둡고 비좁은 지하 굴에서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마치 곤충처럼 계층화된 삶을 살아간다. 그린란드 상어는 극심한 추위와 어둠 속, 수심 수백 m의 심해에서 매우 느리게 움직이며 긴 시간을 보낸다. 북극고래는 평생 얼음이 가득한 거친 북극해를 유영하며 혹독한 환경과 싸워야 한다. 이들의 '저속 노화'는 분명 경이롭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우리 인간이 상상하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 방식이다. 그들은 각자의 생존 환경과 방식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종족 번성이라는 생물학적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 인간이 '저속 노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개인적인 자유와 정신적 만족감'과는 분명 다른 의미의 '오래 사는 삶'인 것이다.

결국 '저속 노화'라는 개념은 인간과 자연 속 다양한 생명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 인간이 '천천히 익어 가는 삶'을 통해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듯, 자연의 현자들은 독특한 생체 메커니즘과 삶의 방식을 통해 경이로운 노화 저항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생명이란 '어떻게 오래 존재하느냐'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충실하게 존재하느냐'에 대한 물음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 자신을 위해 '저속 노화'를 꿈꾸듯이,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방식대로 건강하고, 고유한 삶의 방식을 존중받으며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가 아닐까.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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