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열대의 묵시록'과 극단주의

2025. 7. 25. 17: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혼자 먹는 저녁의 쓸쓸함을 달래려 넷플릭스를 켰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극단주의 종교 세력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브라질의 극단주의 종교 세력이 표방하는 도미니온 사상은 자신들이 해석한 기독교 이념이 모든 영역에 관철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리킨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은 이 기록을 자신들의 논리에 맞게 변용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극우정치·종교 결탁
부정선거 등 음모론 키우며
의사당 습격·민주주의 위협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현상
종교 본연의 역할 잊지말길

혼자 먹는 저녁의 쓸쓸함을 달래려 넷플릭스를 켰다. 가장 먼저 화면에 뜬 것은 다큐멘터리 '열대의 묵시록'이었다. 이 작품은 브라질 정치와 종교의 부적절한 결탁이 사회 전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극우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극단적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과 유착했다. 그는 종교 세력의 후원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계속된 실정 끝에 2022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패배 후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대체 현실'을 제공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중 실시한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잘못된 결과에는 따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선동된 군중들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의원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믿고 의사당을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극단주의 종교 세력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브라질의 극단주의 종교 세력이 표방하는 도미니온 사상은 자신들이 해석한 기독교 이념이 모든 영역에 관철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리킨다. 이들은 교육, 가족, 종교, 정부, 미디어, 예술, 경제를 각각 '일곱 산(Mountain)'이라 부르며, 이 산마다 자신들이 정의한 극단적 기독교 도덕과 질서가 구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일곱 산'은 신약성경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 속 로마의 '일곱 산'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계시록은 로마의 일곱 산이 악한 존재에게 지배당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이는 제국의 착취적 폭력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은 이 기록을 자신들의 논리에 맞게 변용했다.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영역들이 현재 악의 세력에 장악돼 있으니, 선한 세력인 자신들이 '성전(聖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극단주의적 종교 세력과 도미니온 사상의 결합은 기이하게도, 아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음모론으로 연결된다. 음모론적 사고란 사회에서 발생한 의아한 현상의 배후에 "비밀스럽고 조직적인 소수" 집단이 있다고 믿는 태도다. 이들은 소수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건과 사회를 조작한다고 생각한다. 개별적 현상들은 우연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에 의해 움직이는 계획이라 여겨진다. 이를 간파한 '우리 선한 세력'은 특별한 지식을 얻은 셈이 되고, 이 지식을 전파하는 것은 물론 악한 집단을 저지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자연스럽게 이런 음모론은 특별히 선택된 '우리'라는 소속감과 우월감, 그리고 절대적 사명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비례해 '저 악한 세력'에 대한 분노, 혐오, 경멸도 커지고, 마침내 그 세력을 절멸해야 한다는 거룩한 사명감에 불타게 된다.

극단주의적 종교와 교활하고 무책임한 정치가 결합해 곰팡이 번지듯 음모론이 피어나 사회에 얼룩을 남긴 곳이 어디 브라질뿐이겠는가. 우리 사회 일부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기독교적 정체성과 신앙 실천이라는 미명하에, 유도된 자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민주주의의 공존 윤리를 저버리고, 상대방을 악한 세력으로 규정짓고, 내전(內戰)을 시도한다. 합리적 사고, 민주주의적 관용, 의사소통과 절차, 인권 등은 이 극단주의 세력에게 경시된다. 겉으로 그들은 그것들이 중요하다고는 인정하는 듯하지만, 악한 세력의 괴멸이 우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전에 나서는 십자군을 종교에 기대하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같다. 우리 사회는 이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도록 이끄는 종교 본연의 역할, 곧 사랑의 실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