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이 망쳐 놓은 방송통신심의위,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박재령 기자 2025. 7. 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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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대상 온라인으로 확대 필요, 동시에 정치적 문제도 해소해야
"자율규제는 '규제 폐지' 아닌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
"유튜브, 넷플릭스 심의 못 한다면 방심위 존재 이유 사라져"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 '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세미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후원으로 '디지털 플랫폼 시대, 이용자 보호와 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재령 기자

이재명 정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어떤 방향으로 달라져야 할까.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송만을 심의·규제하는 기구는 실효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의 '정치심의' 논란 이후 심의 기능 일부를 방송사 쪽으로 넘기는 '자율규제 도입'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후원으로 '디지털 플랫폼 시대, 이용자 보호와 미디어 심의제도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가 발제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석철 컬쳐미디어랩 전문위원,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방심위는 방송법 제32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심의'에 근거해 방송을 심의하고 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전문편성채널 등 TV 혹은 라디오로 이용하는 방송들이 주 심의 대상이다. 온라인에서 서비스가 이뤄지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는 방송심의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는 통신심의가 있지만 유튜브 등 실질적인 규제를 하기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 심의 못 한다면 방심위 존재 이유 사라져”

방심위원 출신의 심영섭 교수는 “방송 사업자가 하는 유튜브를 심의할 수 있느냐 없느냐, 아직도 논쟁이 되고 있는데 (관련) 법령은 없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통합미디어법, 방송법 개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디지털 콘텐츠를 중개하는 사업자들과 관련된 규정이 만들어져야 심의영역에 포섭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심영섭 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방심위 심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심 교수는 소극적 조정과 적극적 조정,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소극적 조정)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70조'를 방심위가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방안이다. OTT에 대해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해당 조항에 따라 콘텐츠의 불법성·유해성을 판단하도록 방심위에 안건을 이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방심위가 OTT 콘텐츠를 심의하는 것이다.

두 번째(적극적 조정)는 법 개정으로 확장된 심의 권한을 방심위가 부여받는 것이다. 심 교수는 “제도적으로는 적극적 조정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실 방심위는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방송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방송 사업자만 규제를 이어간다면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TT 영역을 다룰 (방심위) 소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심 교수는 방심위 내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의 기능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온라인 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관련 분쟁 조정 역할을 하는 위원회로 방심위원이 장을 맡는다.

심 교수는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실효성 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며 “언론으로 등록한 사업자와 직접 연관된 인플루언서, 팟캐스트 등에 대한 분쟁조정과 중재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맡더라도 사인 간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은 방심위에서 지금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심위가 법정제재를 의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행정처분을 집행하는 이중적 구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행정집행 주체가 방통위라 방심위 제재에 따른 소송도 방통위가 책임지는 상황이다. 심 교수는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원이 최근 판결한 것처럼 (방심위를) 사실상 행정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예산편성과 독립성을 주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의결에 따른 제재조치도 방심위가 직접 수행하고 모든 소송비용도 방심위가 부담하는 방안이다.

심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정치 심의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전부터 공정성 심의가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된 가운데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의 극단적인 '정치심의' 문제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심 교수는 심의규정에서 공정성 관련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권리침해, 윤리 의무, 객관성 관련 조항을 갖고 '정치심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항을 없애는 것보다 더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공정성 심의규정 대폭 축소'와 함께 '단계적인 공동규제'(자율규제·행정규제)를 제안했다. 심 교수는 “공동규제는 방심위가 일정 조건을 갖춘 방송사업자에게 자율심의지정사업자로 인증하고 자체적인 심의가 불가능한 소규모 사업자에겐 업계에 독립적으로 자율규제기구를 출범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 행정규제기관이 직접 심의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9인의 방심위원은 대통령이 3인을, 국회가 6인을 추천하며 관행적으로 여야 6대3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위원 구성은 정부·여당에서 방송사에 대한 법정제재를 주도할 여지가 있어 '정치적 후견주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심 교수는 '방심위원 12인' 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위원장만을 지명하고 의석 비율에 따라 국회의장이 8인을 위촉하고 대법원장이 변호사 자격자 중 3인을 위촉하는 방식이다.

“자율규제는 사업자에게 사회적 책임 부여하는 것”

방송사 자율규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심위를) 자율규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규제 폐지'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사업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자들의) 재정 부담 원칙과 공적 책무를 잘 수행했을 때는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도 같이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방송사들이 심의 규정을 만들고 방심위가 이 심의 규정을 승인하도록 개편할 수 있다”며 “이 시스템 아래 방심위가 (방송) 모니터링 혹은 민원을 받아 처리하고 백서 혹은 보고서를 만들어 채택하면 이것이 방송사 재승인·재허가에 반영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전반적인 흐름에서 자율심의 성격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도 “사업자들이 방송사 심의팀을 두고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자율심의일 수는 없다. 사업자 협회가 하는 심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심의라고 얘기를 하려면 언론 종사자들의 직업적 윤리와 직업적 규범을 기반으로 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공공성·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자율심의기구에게 일부 위탁하거나 위임했을 때 그 기구의 주체가 개별 사업자 혹은 사업자 협회가 돼서는 안 된다”며 “사업자가 아닌 방송기자연합회 등 직무 기반 협회에서 심의 일부를 위임받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율심의가 제기된 사회적 책임의 논리적 성격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위원 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자격 요건을 부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방심위원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신 분들도 있다. 계속 위에서(정치권에서) 오더가 내려오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차라리 대통령과 국회는 (3명의) 상임위원만 위촉하고 나머지 6명 비상임위원은 공모제를 하면 어떨까. '정치적 후견주의'로부터는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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