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인사이드아웃] ‘소비쿠폰 금액 가려라’… 공무원들 “하루 종일 스티커 붙여요” “사흘째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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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세종시 한 동주민센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선불카드로 받겠다는 신청을 받은 공무원들이 접수대에서 견출지 스티커를 하나씩 떼어 카드에 붙이고 있었다.
광주 지역 한 공무원은 "수량이 너무 많아 금방 끝낼 수가 없다"며 "색상 구분 없는 디자인으로 새로 발주한 선불카드는 2~3주 뒤에나 받을 수 있다 한다. 그때까지는 당분간 스티커를 계속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충청권 한 동주민센터에서 받은 선불카드에는 '₩180,000'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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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세종시 한 동주민센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선불카드로 받겠다는 신청을 받은 공무원들이 접수대에서 견출지 스티커를 하나씩 떼어 카드에 붙이고 있었다. 카드 우측 상단에 ‘₩180,000’ ‘₩330,000’, ‘₩430,000’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이 ‘특정 계층 차별’이라는 논란이 일자 임시방편으로라도 금액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세종시가 금액을 가릴 제대로 된 스티커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Busan is good(부산 이즈 굿)’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강원도는 ‘힘내세요’라고 적힌 띠 모양 스티커를 선불카드에 일일이 붙인 뒤 지급하고 있다. 한 동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A씨는 “하루 종일 스티커만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공무원 “색상 구분 없는 선불카드는 2~3주 뒤에나 도착”
일선 공무원들이 겪는 때아닌 ‘스티커 붙이기’ 소동은 소비쿠폰 ‘차별’ 논란이 불거진 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으면서 벌어졌다.
이번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15만원을 지급하고,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에게는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40만원을 준다. 비수도권 주민은 3만원, 84개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은 5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그런데 광주광역시가 일반 시민은 분홍색,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은 초록색, 기초생활수급자는 군청색 카드를 지급한 것이 알려지자 ‘반인권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선불카드로 결제할 때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주시 공무원들은 초록색·군청색 카드 전체를 분홍색 스티커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이 까다로워 공무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까지 남아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광주 지역 한 공무원은 “수량이 너무 많아 금방 끝낼 수가 없다”며 “색상 구분 없는 디자인으로 새로 발주한 선불카드는 2~3주 뒤에나 받을 수 있다 한다. 그때까지는 당분간 스티커를 계속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일은 광역·기초 160개 지자체 중 소비쿠폰을 선불카드로도 지급하는 92곳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신청하면 현장에서 금액을 충전해주는 방식을 택한 서울시만 예외였다. 이날 0시 기준 전체 소비쿠폰 신청자 중 9%(254만3600명)가 이런 선불카드를 받아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논란 하루 만인 지난 23일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며 “즉각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자체에 전수조사를 실시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그 뒤 “모두 조치했다”고 밝혔다.

◇스티커로 금액 가린다더니 일반 시민 받는 ‘₩180,000’은 안 붙여줘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선불카드에 계속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지역에 따라 허점도 있다. 충청권 한 동주민센터에서 받은 선불카드에는 ‘₩180,000’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곳 공무원들은 “43만원이나 33만원이 찍힌 카드에만 스티커를 붙여서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결국 스티커가 붙은 선불카드를 받은 사람은 저소득층이라는 ‘인증’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 반응은 갈린다. 동주민센터에서 만난 한 시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정부가 지침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탓인데 말단 공무원들에게만 너무 가혹한 일을 시키는 것 같다” “원하는 사람은 아세톤으로 지우면 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스티커로 가려도 틈새로 색상이 보인다”,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족,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스티커를 붙여줘 여전히 티가 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공무원노조)는 지난 24일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큰 상황에서 비상근무와 수해 복구로도 바쁜 직원들에게 ‘(스티커 붙이기) 작업을 하라’며 혹사시키는 상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시민에 대한 사과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고생한 공직자에게 강기정 광주시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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