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산단 1급 발암물질’ 사태…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알았나 몰랐나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7.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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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광산구청장, ‘인지 시점’은…최근 언론보도 vs 최소 2년 전
광산구 “구청장에게 보고 안해” vs 구의회 “보고 누락 납득 안돼”
광산구 감사 돌입·의회 진상규명 움직임...미보고 사태 진실 밝혀질까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 최대 규모 산업단지인 '하남산단'이 공업용수로 쓰는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인지 시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 오염이 담긴 한국농어촌공사의 용역 보고서가 2년간 서고에서 묵혀 있다가 최근 논란이 된 이후에서야 존재를 드러내면서다. 

지역 관가 일각에선 사안의 중대성과 행정의 보고 체계상 구청장이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관련 사실을 2~3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박 청장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용역 보고서 내용을 최근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입장이다. 광산구도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인지 시점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절차상 잘못한 게 없다'는 해당 용역보고서 납품 당시 광산구 담당 과장의 항변성 발언이 나와 박 청장의 인지 시점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청장의 인지 시점 등에 따라 현재 논란이 된 미보고 사태 등에 대한 실무 직원들의 책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청장은 사태를 언제 알았는지에 따라 '알고도 방치한 것이냐, 무능해서 모른 것이냐'는 탈출구 없는 물음과 함께 선출직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거짓말 해명 논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광주 최대 규모 산업단지인 '하남산단'이 공업용수로 쓰는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인지 시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 오염이 담긴 한국농어촌공사의 용역 보고서가 2년간 서고에서 묵혀 있다가 최근 논란이 된 이후에서야 존재를 드러내면서다. 광주 하남산단 전경 ⓒ연합뉴스

탈출구 없는 물음…"알고도 방치한 것이냐, 무능해서 모른 것이냐" 

25일 광주 광산구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한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 조사 용역 보고서'는 2023년 6월 말 작성돼 광산구에 제출됐다. 여기에는 하남산단 지하수에 1급 발암물질인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보다 최대 466배, 284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된 사실이 담겼다. 

사업비 10억 원을 투입해 3년 넘게 조사한 결과였지만 광산구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 정보 제외한 공공기관 생산 자료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으로 정한 정보공개법과 용역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토록 못 박은 광산구 자체 조례까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손쉽게 사장된 셈이다. 이 보고서는 2년간 서고에서 묵혀 있다가 최근 논란이 된 이후에서야 존재를 드러냈다. 그 사이 광산구가 마련해야 하는 지하수 오염 대책이나 확산 방지 대책 등도 방치됐다.

그런 만큼 구정 최고책임자인 광산구청장의 사태 인지 여부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 박 청장은 농어촌공사가 납품한 용역 보고서 내용을 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23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2023년 6월 용역 납품 당시에는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고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해당 부서에서는 환경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용역사업을 기다리고 있었던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2~3년 전 열린 중간·최종 용역보고회 당시부터 현재까지 실무 부서에서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용역에 대한 보고가 없었던 만큼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던 것이 당연하고, 자신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 발암물질 지하수 오염 ⓒ한국농어촌공사 지하수 토양오염 조사결과 보고서 발췌

당시 담당 과장 "난 잘못 없어…할 만큼 했다"  

하지만 광산구와 구의회에선 다른 말이 나온다. 단정할 수 없지만 보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현재는 광산구의회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당시 담당 A과장의 말이다.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누구에게까지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말씀 못 드린다. 2년 전의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기억에 의존해 말하기 어렵다. 진행 중인 (광산구) 감사 결과를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본인이 모든 책임지겠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저도 할 얘기가 있다. 솔직히 말해 구청에서 잘하다가 의회에 왔다. 제가 잘못한 것으로 비춰질까봐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저는 잘못한 게 없다. 그 업무에 9개월 정도 관여하다가 할 만큼 하고 왔다." 농어촌공사의 하남산단 용역 건에 대해 절차에 따라 구청 윗선에 보고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청한 광산구 한 공무원은 "하남산단 용역 건에 대해 구청장에게 공문으로 보고가 되지 않았더라도 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린 시점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지 시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구청장에게 2년 전 즉시 보고가 안 된 것도 문제지만, 언론보다 이를 늦게 알았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산구의회 김영선 의원(경제복지위원장)도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사안인데 행정에서 잔뼈가 굵어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실무 과장과 담당이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담당 등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온당한 처신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는 단순히 결재라인을 통한 공문서를 통한 보고로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는 게 김 의원의 시각이다. 그는 "한국농어촌공사의 2022년 6월 중간보고회와 그해 9월 환경단체와의 간담회, 2023년 6월 최종 용역보고회가 연달아 열렸고, 특히 농어촌공사와 환경단체가 이미 2년 전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들어 인근 수완지구 생활용 지하수 관정 사용을 중지토록 행정명령 발동과 피해 복구 예산 증액까지 요청했는데도 구청장에게 보고가 안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산구의회는 당면 현안인 수해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의원들 간 의견 조율을 거쳐 행정조사나 특위 등을 통해 관련 진상 규명에 나설 움직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에서 하남산단 일대 1급 발암물질 지하수 오염을 2년간 방치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박 청장은 공개 사과하고 뒤늦은 대응 계획을 내놨다. 박 구청장은 15일 공개 사과문을 내고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이 사실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고 인정하며 "하남산단 노동자와 인근 거주민에게 걱정을 안긴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조속히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이 사안을 엄중하게 여기며 지하수 검사 결과가 2년 넘게 묻힌 배경과 책임 소재에 대해 감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문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처리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광산구청 전경 ⓒ광산구

공문 패싱도…광주시 "후속 조치 내놔라" 요구 묵살

그러는 사이에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광주시가 후속 조치를 재촉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광산구가 1년 넘게 손 놓고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결과를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 거세지고 있는 대목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4월, 광산구에 용역 결과에 따른 추진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8개월 뒤 광주시는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다시 보냈지만 광산구는 광주시의 요구에 아무런 답변 회신을 하지 않았다. 

박병규 구청장의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공문이 보조금 정산 형식이었던 탓에 그 안에 포함된 후속 계획 조치 요구를 담당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변한 것이다. 결국 담당 공무원이 공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구청장 보고도 누락돼 자신도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김영선 광산구의회 경제복지위원장은 "이런 행정상의 공문서를 주고받고도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행정 조직과 지휘체계가 와해된 것 아닌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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