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9월 유엔총회서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 G7 국가 중 최초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 불가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올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결정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앞서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엔 국제회의를 공동 주최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할 계획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12일 전쟁’의 여파 등으로 불발됐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주요 7개국(프랑스·미국∙영국∙캐나다∙독일∙일본∙이탈리아) 가운데 프랑스가 처음이다. 프랑스가 독자 행보에 나선 만큼 외교적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 줄곧 갈등을 빚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양국 간 마찰이 불가피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두고 프랑스가 한 역사적 약속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며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이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단하고 협상팀을 철수시킨 직후에 나왔다.
마크롱, 다른 서방국 동참 설득할 듯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표로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주권 국가로 공존)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에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140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고 지난해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동참했지만 이번 프랑스의 결정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데다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보유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유일한 핵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이에 하마스는 물론 중동 국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결단을 지지했다. 하마스는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프랑스의 모범을 따르길 촉구한다”고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기 결정권과 독립 국가 설립에 대한 국제사회 합의를 재확인하는 역사적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서방국의 동참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 CNN방송에 “9월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우리만은 아닐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표는 다른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미국 “무모한 결정”… 프랑스와 갈등 깊어질 듯

문제는 미국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각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팔레스타인을 잠재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모든 조치에 반대한다며 엄중 경고했다. 당시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한 유엔 국제회의가 불발된 이유 중 하나도 다른 국가에 해당 회의의 불참을 촉구한 미국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의) 이 무모한 결정은 하마스의 선전을 돕고 평화를 저해할 뿐”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를 비판했다. 미국은 다음주 프랑스가 주최하는 두 국가 해법 회의에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NYT는 프랑스의 이 같은 행보가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영장 발부에 관여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들을 제재하는 등 이스라엘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런 조치는 테러를 부추기고 가자지구처럼 또 다른 이란의 대리 세력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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