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 이틀째…14만명 대피, "전쟁할 수도"

25일(현지시간) 태국-캄보디아 분쟁 지역인 태국 수린주의 수린드라 라자밧 대학교 체육관에서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이 25일(현지시간)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태국이 캄보디아에 전쟁을 경고했다. 미국은 즉각적인 분쟁 중단을 촉구했다.

로이터와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하루 전 시작된 캄보디아와의 교전으로 군인 1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지고 최소 4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이날 오전까지 중화기, 야전포, 로켓포 등을 이용해 지속적인 포격을 감행했다며 자국도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경을 따라 12개 지역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며 분쟁 지역에서 주민 약 14만명이 대피했다고 덧붙였다.

태국 총리 권한대행인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우리는 이웃으로서 타협을 시도해왔으나, 이제는 긴급상황 발생 시 군에 즉각 대응하도록 했다"면서 "현재는 제한적으로 충돌하지만 상황이 악화한다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태국의 공격으로 70대 주민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에서도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 캄보디아 국경에서 약 20㎞ 떨어진 삼라옹에 사는 주민인 프로박(41)은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AFP에 "오늘 오전 6시쯤 다시 총격이 시작됐다"면서 "사원으로 피신하는데 언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은 수개월 동안 이어진 국경 긴장이 폭발한 결과다. 지난 5월 국경에서 벌어진 짧은 총격전에서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뒤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해 외교적 마찰을 거쳐 무력 충돌로 번졌다. 태국은 F-16 전투기로 캄보디아 군사기지를 공습했고 캄보디아는 병원과 주유소 등 태국 민간 지역을 공격하는 등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연구소는 태국의 F-16 동원은 전투기가 없고 국방 하드웨어가 상대적으로 적은 캄보디아에 비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적으로는 태국이 갈등을 신속히 끝맺어야 할 이유가 많다는 분석이다. 나티시스의 트린 응우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외부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태국은 이미 약한 관광업과 부진한 성장세를 탈선시킬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 나라의 국경 분쟁은 1907년 체결된 프랑스-시암 조약에서 비롯된다. 해당 조약은 물길이 갈라져 내려가는 분수령에 따라 국경을 설정하도록 했으나 첨부된 지도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아 두 나라는 각기 다른 지도와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경을 달리 해석하며 부딪혀왔다.

한편 미국은 두 나라를 향해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적대 행위의 즉각적 중단, 민간인 보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올해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도 하루 전 양국 지도자들과 통화하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