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6일간 단수’…울주 서부 3만5천가구 부글부글

주성미 기자 2025. 7.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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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수돗물 공급이 끊긴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한 아파트 주민들이 살수차에서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폭염에 수돗물이 끊긴 울산 울주군 서부지역 6개 읍·면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3만5천여가구, 6만8천여명에 이른다. 6일간의 ‘물난리’ 속에 불통 행정은 불신을 키웠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미묘한 책임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해 주민들의 대책 마련 요구는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무동교 인근에서 파손된 송수관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성미 기자

21년 된 송수관, 파손 위치 찾는 데만 이틀

울산시 등의 말을 들어보면, 울주군 언양·삼남·두동·두서·상북·삼동 등 6개 읍·면의 수돗물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19일 낮 12시10분께다. 울주군 천상정수장에서 언양1가압장으로 이어지는 상수도 송수관으로 시간당 3천톤의 수돗물이 흘렀다. 평소(시간당 1천200톤)의 갑절을 뛰어넘는 양이다. 2004년 태화강 상류를 따라 강바닥에 묻은 지름 900㎜짜리 관로다.

비상 상황이었지만, 집중 호우로 불어난 물속에서 누수 지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튿날인 20일 새벽 4시께 옛 사연교 아래쪽 관로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했다. 물길을 돌리고 강바닥을 파는 작업이 21일 낮까지 이어졌다. 관로에서 파손 부위가 확인됐지만, 누수량에 견줘 한참 작은 크기였다.

같은날 오후 1시30분께 약 1㎞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꺾여 벌어진 관로가 발견됐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2일 낮 1시께 길이 약 20m의 관 교체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1일 수돗물이 끊긴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한 아파트 주민들이 살수차에서 물을 받기 위해 각종 통을 들고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뒷북 안전문자 ‘불통’… 물 기다리는 주민들 ‘분통’

일부 지역의 수돗물은 19일부터 수압이 급격히 떨어지며 끊겼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후 2시20분께 송수관을 차단하고 소방 급수차까지 동원해 물 공급에 나섰다.

하지만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0일 오전 7시47분께 ‘10시부터 단수될 예정이니 대비 바란다’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처음 발송했다. 그마저도 6개 읍·면 주민들에게만 보냈고, 단수 예고 시간이 지난 오전 10시49분께 울주군 12개 읍·면 전체에 발송했다. 당시 울주군을 벗어난 주민들은 이런 안전문자도 받지 못했다.

3만5천여가구, 6만8천여명이 쓰는 수돗물이 차례로 끊기는 동안 더이상의 안전문자는 없었다. 생수와 생활용수가 보급됐지만, 시간과 장소, 복구상황 등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답답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일부 주민은 하천에서 직접 물을 길러 쓰기도 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2일 밤 11시부터 수돗물을 정상 공급할 예정이라며 ‘잠갔던 밸브를 열고 사용해달라’는 안전문자를 보냈다. ‘고지대 또는 배수지에서 거리가 먼 지역은 수돗물 도달 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나 자정까지는 급수가 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일반적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이토작업은 24시간이 걸리지만,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를 절반으로 단축해 공급을 서둘렀다. 그러나 혼탁한 수돗물은 또다시 문제가 됐다. 집집마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수돗물을 흘려보내는 일이 벌어졌다.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배수지에는 좀처럼 물이 차오르지 않았고,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은 계속 지연됐다. 이런 상황은 지난 24일까지 이어지다가 25일에야 대부분 정상화됐다.

지난 22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카페 출입문에 단수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주성미 기자

집중호우 재난이냐, 수도관 관리 부실이냐

이번 단수 사태는 원인에 따라 책임 주체도 달라진다. 수돗물 송수관의 관리 부실 탓이면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으로 보면 울주군이다. 애초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집중호우로 태화강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관로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에는 지난 17일부터 19일 정오까지 최대 303.5㎜의 비가 내렸다. 반면 울주군은 이를 자연재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울주군 6개 읍·면에 생수 64만3286병(2ℓ, 500㎖ 혼합)이 지급됐는데, 기부받거나 무료 공급된 생수를 제외한 40만7376병은 울주군이 우선 자체 예비비 약 1억원을 들여 샀다. 책임 소재에 따라 이 물값은 물론, 피해 주민 보상 등도 부담해야 한다.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단수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물론 생활의 불편을 겪은 주민들도 가세하고 있다. 국민신문고 등에 당국의 행정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민원도 잇따른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25일 오전 단수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이날 오전 갑자기 취소했다. 울산시와 울주군 모두 보상이나 앞으로의 대책 등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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