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이후에도 발전소서 11명 사망…위험의 외주화·중간착취 계속
하청업체 통한 고질적 위험의 외주화
임금 60% 떼가는 중간착취도 여전
"직접고용, 고용대책 마련" 목소리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한 뒤로도 전국 발전소에서 10명이 사고를 당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1명 있었다.
노동계는 발전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위험의 외주화와 중간착취가 노동자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또 환경을 위한 발전소 폐쇄 및 가동 중지가 노동자들의 어려움으로 전가되고 있는 만큼 대책을 요구했다.
폭발, 추락, 끼임…반복된 발전노동자 죽음

25일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형태는 폭발, 추락, 끼음 등 다양했다.
2019년 5월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에서 37m 높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부품에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맞아 사망했다. 2020년 11월에는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화물노동자 심장선씨가 3.5m 화물차 상부에서 떨어져 숨을 거뒀다.
2021년 7월에는 신서천화력발전소 40대 하청노동자 이모씨가 사망했다. 이씨는 2020년 4월 발전소 공사현장 전기설비 폭발 사고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2021년 8월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3부두 선박에서는 이산화탄소 용기호스 교체작업을 하던 하청 소속 노동자 4명이 질식했고, 이 가운데 40대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2022년 7월에는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내 신축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했는데, 당시 기온이 34도를 넘어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후에도 낙탄 청소를 하던 하청노동자의 추락사고, 보일러실 배관 밸브 폭발로 인한 노동자 사망이 이어졌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 2차 하청노동자 김충현씨는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또한 2021년 8월 원청의 갑질에 항의하며 발전소 하청노동자가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폐쇄를 앞둔 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일하던 30대 하청노동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착취, 고용불안 해결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들 죽음에 하청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2인 1조 등 산업안전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 2차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중간착취 문제, 정부 정책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고용불안 현상 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김용균씨 사망 이후 노동계가 요구했던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경상정비 노동자를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가 직접고용하라는 요구였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완전 중단됐다. 경상정비는 발전소 기계 및 설비 운영을 위한 일상적 점검 업무다. 공공운수노조는 직접고용 무산에 대해 "(정부와 발전소는) 민간정비사의 파산 및 상장 회사의 주주 반발"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민간정비사는 2차 하청업체를 의미하는데, 사실상 원청 등의 퇴직자들이 일감만 중개하고 중간착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이 불발되면서 중간착취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8년 전 김용균씨가 받은 직접노무비는 월 211만 원이었는데, 원청이 내려준 직접노무비는 월 522만 원이었다. 직접노무비는 노동자 월급으로 고스란히 가야 하는 항목임에도 약 60%를 하청업체에 떼였다. 지난달 숨진 충현씨도 하청에 하청을 거치면서 직접노무비를 60%가량 뜯겼다. 나 홀로 작업 등 위험한 작업 환경도 변하지 않았다. 김충현씨는 나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뒤 뒤늦게 발견됐는데, 8년 전 같은 공장에서 발생한 김용균씨 사망 사고도 그랬다.
노동자들의 사망이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책위 자료집을 작성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 건수를 산재 처리가 완료된 시점에 산입하다 보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김용균씨 사망 이후 발전소 노동자 사망 건수가 6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 연구원은 "김용균 사망 이후에도 발전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계속됐지만 정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일상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발전소 내에 마련된 안전수칙을 온전히 적용할 수 있고 더 튼튼한 노동자 보호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며 급여를 뜯기는 중간착취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발전소노동자들의 임금 감소와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아질 때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12~3월) 동안 일시적으로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다. 환경을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발전소 가동 중단을 이유로 노동자 임금 삭감이 이뤄지고 있단 것이 노동계 지적이다. 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총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인 만큼, 노동자들의 실직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전 연구원은 "연말, 연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만료가 집중된 만큼 겨울이 오기 전 선제적 고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재고용 방안을 법으로 보장하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발전노동자 안전조치와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하는 과정에 김충현 대책위 등 노동계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용균씨 사망 이후에도 각종 대책 요구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행 과정이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 연구원은 "발전소 폐쇄라는 전무후무한 과정에서 어떠한 위험과 불확정적인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고용불안과 노동불안전에 대한 상황을 면밀하게 추적, 관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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