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보훈 위한 글로벌 의료지원사업 펼치자

채인택 2025. 7. 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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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헬스]

7월 27일은 국가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

6개 의료지원국, 군인은 물론 민간인도 진료

국립의료원·서전병원·서독병원서 의학도 전수

한국, 국제위상 걸맞은 글로벌 보훈(報勳) 필요

'한국전쟁 인도주의·의료 박물관' 설립해 기념

'의료참전국 공동인도주의기구' 세워 활동해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가 함께 서울 을지로에 설립해 지금도 운영중인 국립의료원에서 1958년 스칸디나비아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모습. [사진=국립의료원]

매년 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일'이자 국가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유엔군 참전의 날은 2013년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처음 지정됐다. 그러다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매년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각각 정하면서 재지정됐다.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22개 참전국의 195만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서다.

6·25 당시 민간인 진료 의사 2800명뿐…6개 의료지원국 큰 활약

부산의 서독적십자병원의 수술 장면과 의료진이 소아 환자를 업고 보살피는 모습.[사진=독일대사관]

미국, 영국 등 16개 전투병 파병국과 스웨덴, 덴마크, 인도,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당서 서독) 등 6개 의료지원국을 합친 22개국의 공헌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함께 인도주의 실천이라는 의미가 크다. 특히 기억해야 할 점은 의료지원국 의료진이 부상 군인은 물론 보건의료 인력·시설·물자가 부족한 한국의 민간인도 함께 진료하고 의료기술도 전파했다는 사실이다.

전쟁 중 38선 이남 전체 의사 5300명 중 군의관이 된 1400여 명과 납북·월북자 1000여명을 제외하고 민간인을 진료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 의사는 2800여 명에 불과했다. 1000개 정도이던 병의원의 상당수가 피해를 입은 데다 피란민이 부산과 그 주변으로 몰리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의료 수요를 자체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지원국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친 인도주의 활동은 그야말로 감로수 같았을 것이다.

당시 세운 국립의료원 남아있지만 스웨덴병원·서독병원은 기념비만

부산 서면의 부산상고 자리에 있던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SRCFH)의 정문. 지금은 부산롯데호텔·백화점으로 변했다.[사진=스웨덴 대사관]

그 흔적은 지금도 한국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노르딕 3개국은 서울에 의료교육병원인 국립의료원을 설립했다. 지금도 을지로에 운영 중인 국립의료원은 의료 인도주의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스웨덴은 1950년 9월부터 부산에서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SRCFH)을 운용하다 종전 뒤 부산스웨덴병원으로 이름을 고쳐 1957년 4월까지 가동했다. 후송된 부상병은 물론 현지 주민과 피란민 등 민간인도 함께 진료했다. 현지 주민들은 스웨덴의 한자 이름을 따서 '서전(瑞典) 병원'으로 불렀다. 서전병원은 서면 부산상고 자리(현 부산롯데호텔·백화점)에서 진료하다 1955년 5월 대연동 국립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자리로 옮아가 임무를 마칠 때까지 머물렀다. 부산 서면의 부산롯데호텔·백화점 부지에 작은 기념비가 서있다.

서독 의료진은 1954~59년 부산 서대신동 부산여고 자리에서 서독적십자병원을 운영하며 24만 명 이상을 진료하고 1만6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으며 산부인과에서 6000명 이상의 신생아를 받았다. 병원 터에는 산부인과 의사 최하진 박사와 환자였던 화가 이한식씨가 1997년 10월 세운 '독일 적십자병원 기념비'가 남아있다.

민간인 진료, 의료기술 전수 등 인도주의 족적 뚜렷

덴마크가 왕실요트를 개조해 보낸 병원선 유틀란디아호와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장면.[사진=덴마크 대사관]

덴마크가 의무선으로 개조해 파견한 왕실요트 유틀란타호는 부산과 인천을 돌며 부상병과 민간인 진료에 나섰으며, 전쟁 중 교대인력과 각국의 전상자를 태우고 유럽에 두 차례 다녀왔다. 인도의 공수의무부대는 낙하산으로 포천 등 전장에 투입됐다. 인도는 6·25전쟁 포로송환 관리병력 6000여 명도 보내 최대한 중립적 입장에서 과정을 관리했다. 또 하나의 인도주의 지원이다. 이탈리아는 영등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부상병과 민간인을 진료했다. 미군은 환자 후송용 헬기 등을 운용하며 이동진료소 매쉬(MASH)를 운영했다.

의료지원단과 함께 근무한 한국인 의사들은 외과 수술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 신경외과 등에서 오늘날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한국의료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국제 인도주의 역사에서 6·25전쟁만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례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국제적 위상 걸맞은 글로벌 보훈전략 세워야

6·25전쟁 발발 75년을 맞은 오늘날 경제적·군사적·보건의료적으로 세계 수준으로 부상한 한국은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공헌에 더욱 적극적·전략적으로 보답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을 생각하면, 과거 한국에 파견됐던 군인이나 의료진 생존자나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이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보훈(報勳)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한국전쟁 인도주의·의료 박물관'의 설립이다. 보건의료는 인도주의를 위해 복무한다는 본분을 새길 수 있는 울림과 교육의 장소가 될 것이다. 방문자들에게 6·25전쟁이 자유 수호전쟁이자 인도주의 실천전쟁임을 각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를 포함한 전 세계 인도주의‧의료 활동의 기억을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인류가 할 일을 찾아서 제시하는 글로벌 구심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참전국의 명예를 드높일 뿐 아니라 수원국(受援國) 주민들이 한국을 벤치마킹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도 있다.

국력에 비례해 인도주의 앞장서는 대한민국 되어야

둘째, '의료참전국 공동 인도주의기구'의 창설이다. 분쟁지역이나 재난·기후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함께 출동해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인도주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6·25전쟁 참전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운영하되, 점차 범위를 넓혀 장차 새로운 유엔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와 함께 식량·주거 등 기초생활을 위한 보살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글로벌 주도국이라면 이에 비례해 6·25 당시 우리가 받고 키워서 열매를 맺은 인도주의의 씨앗을 전 세계에 뿌리는 일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건의료·제조업·ICT 모두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이 나서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도주의의 실천 전략일 것이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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