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처럼 무표정했던” 손기정이 웃으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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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은 대리석 마스크처럼 무표정했다."
1936년 8월 10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 게재된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 이다.
전시 제목인 '두 발로 세계를 재패하다'는 1947년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손기정이 지도한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축하하며 써준 휘호 '족패천하(足覇天下)'에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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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
금메달·월계관·투구 등 한자리에
올림픽 직후 서명 엽서 첫 공개




1936년 8월 10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 게재된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 기사 내용이다.
전날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손 선수는 두 손을 뻗고 기뻐하기는커녕 고개도 당당히 들지 못했다. 가슴에 단 일장기가 못내 거슬렸기 때문이다. 전광판에는 일본 국적이, 시상대에서는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울려퍼졌지만 손 선수의 얼굴은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나라 없는 설움을 이렇게라도 표현한 것이다. 국내 언론에선 일장기를 지우거나 흐리게 한 사진을 담아 우리 민족의 첫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손 선수를 기리는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전이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1936년 환희의 순간이 양쪽 벽면 스크린에 영상으로 펼쳐진다. 실제와 다른 건 흑백 화면이 아니라 컬러 영상이다. 또한 손 선수는 활짝 웃으며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어선다. 11만 관중석에서도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다.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그날의 영광’이다. 손 선수에 이어 1947년과 1950년 ‘KOREA’의 이름으로 당당히 세계를 제패한 손 선수의 제자들,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마지막 봉송 주자로 나선 노년의 손기정의 모습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박물관은 “어려운 시대 상황마다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준 손기정 선수의 발자취를 통해 팍팍한 오늘날에 희망을 전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장에는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우승 직후인 1936년 8월 15일에 직접 서명한 엽서 실물도 처음 공개된다. 손 선수는 자신이 일본이 아닌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글로 “손긔졍”이라고 사인해 줬다고 한다. 흰 종이에는 일본식 이름인 ‘기테이’(KITEI) 대신 ‘손긔졍’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도 ‘일본이 마라톤 금메달을 땄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기사에는 손 선수의 태생이 한국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한다.
베를린 올림픽 당시 특별 부상이었던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보물)와 금메달, 월계관, 우승 상장 등이 14년만에 한 곳에 모인 것도 감동적이다. 손기정은 “이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투구를 기증했다. 금메달과 월계관, 우승 상장은 손기정기념관 소장품이다.
전시 제목인 ‘두 발로 세계를 재패하다’는 1947년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손기정이 지도한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축하하며 써준 휘호 ‘족패천하(足覇天下)’에서 인용한 것이다.
손 선수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 의 한 글귀가 먹먹하다. “나라를 가진 민족은 행복하다. 제 나라 땅에서 구김살 없이 달릴 수 있는 젊은이는 행복하다. 과연 그들을 막을 자가 누구인가.” 전시는 1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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