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RDER #PARIS

아레나옴므플러스 2025. 7. 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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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시작으로 밀라노를 거쳐 파리까지, 약 3주간 이어진 2026 S/S 맨즈 패션위크의 궤적. 새로운 얼굴이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여전히 건재한 베테랑 디자이너가 남성 패션을 다시 정의한 기념비적인 순간들. 세 도시를 오가며 <아레나> 기자들이 직접 목격한 변화의 징후,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말해주는 유의미한 기록.

Berluti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된 벨루티식 미장센.

몽소 공원을 내려다보는 시몬&치노 델 두카 재단에서 벨루티의 새로운 이야기 '샹-콩트르샹(Champ-Contrechamp)'이 시작됐다. 카메라 앵글을 번갈아가며 대화 당사자 모두를 보여주는 영화 기법인 '샷/리버스 샷'에서 영감을 받은 주제로, 입구의 웅장한 반원형 아치 너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발 조각상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했다. 조각상 주변 바닥에 흩어진 수많은 치수 표들은 벨루티가 쌓아온 발에 대한 과학적 이해도를 상징한다. 28개의 뼈, 27개의 관절로 이루어진 발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히 파악해 만드는 슈즈야말로 진정한 장인정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인 주르 드 포셰는 일본 전통 스몰 백 인로와 오버나이트 백의 장점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2층 전시 공간에서는 포레스티에 재킷의 다양한 소재와 컬러가 벨루티만의 독창성을 입증했다. 130년을 이어온 벨루티의 이야기는 단순한 패션을 넘은 하나의 철학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마치 오래된 시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Dior
조나단 앤더슨이 그려낸 귀족 옷을 입은 반항아.

이번 시즌 파리 남성복 컬렉션을 뒤흔든 가장 격렬한 지진은 단연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데뷔 쇼였다. 파리 앵발리드의 황금 돔 아래, 장 시메옹 샤르댕의 회화가 런웨이를 감싸는 무대 위에서 그는 전통 남성복의 해체를 담담하지만 대담하게 풀어냈다. 디올의 단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컬렉션을 선보인 그는 '격식을 차린 남성복이 과연 전복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리시 도네갈 트위드로 재해석한 바 재킷, 라벨이 정면으로 드러나도록 뒤집어 맨 넥타이 등으로 앤더슨은 그에 대한 자답을 했다. 18세기 디올의 면모를 진지하게 복원하면서도 마치 귀족 코스프레에 몰두하는 Z세대 미대생의 패션을 연상시키는 유쾌함으로 가득했고, 앤더슨은 과거와 현재가 진부하지 않게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그는 한 시대의 위대한 유산을 감히 뒤집어 입음으로써 경의를 표했다. 그는 디올이라는 이름 아래 전통과 그에 대한 재구성을 나란히 배치해 낯선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Hermès
고요한 자신감으로 완성한 에르메스의 여름.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조용한 강인함, 깊은 장인정신, 침착한 럭셔리'라는 언어로 컬렉션을 펼쳐 보였다. 이번 쇼는 현대적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고요한 중정에서 열렸다. 모델들은 날렵하게 커팅된 재킷, 하이웨이스트 레더 팬츠, 슬리브리스 톱 등을 입고 거울 천장 아래로 등장했다. 니샤니앙은 커피, 슬레이트, 토프, 베이지 등 시선을 끌기보다는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컬러 팔레트를 선택했다. 가죽 소재를 공기처럼 가벼운 서머 팬츠, 오픈워크 직조 카디건으로 재해석하는가 하면 크롭트 재킷과 넓은 팬츠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비율을 제안했다. 셔츠 재킷, 사파리 파카 등 다기능성을 갖춘 실용적인 아이템도 다수 포함시켰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불안한 기조에도 에르메스는 오롯이 자신만의 리듬에 집중하며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럭셔리란 입는 이의 기쁨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CREDIT INFO
Editor 노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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