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ORDER #PARIS

아레나옴므플러스 2025. 7. 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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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시작으로 밀라노를 거쳐 파리까지, 약 3주간 이어진 2026 S/S 맨즈 패션위크의 궤적. 새로운 얼굴이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여전히 건재한 베테랑 디자이너가 남성 패션을 다시 정의한 기념비적인 순간들. 세 도시를 오가며 <아레나> 기자들이 직접 목격한 변화의 징후,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말해주는 유의미한 기록.

Louis Vuitton
향신료처럼 스며든 색, 감각으로 직조한 문화.

퍼렐 윌리엄스가 현대 인도의 의상 문화에 바치는 화려한 오마주를 선보였다. 그 무대는 바로 인도의 보드게임 '뱀과 사다리'를 형상화한 거대한 런웨이. 퍼렐과 스튜디오 뭄바이의 창립자인 건축가 비조이 자인이 협업해 퐁피두 센터 광장에 세웠다. 쇼의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요소에서 루이 비통의 탐험 정신과 인도의 미학이 세밀하게 어우러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은 그간 퍼렐이 선보인 루이 비통 쇼 중 가장 절제된 동시에 가장 균형감 있었다. 정제된 오버코트, 날렵한 블레이저, 여유로운 실루엣의 드레스 팬츠 등 실용성과 세련됨을 동시에 담아낸 아이템이 가득했고 레이스, 마이크로 비즈 등을 비롯해 인디고 컬러 악어가죽 후드 보머까지 장인정신 역시 강렬하게 보여줬다.

퍼렐은 인도 문화에 대한 표면적 차용이 아닌 색채와 감각을 깊이 있게 해석했다. 그가 인도에서 가장 많이 영감받은 부분은 바로 컬러. 터메릭, 시나몬, 그리고 커피빈을 연상시키는 브라운 데님 워시까지 향신료처럼 짙고 따뜻한 색감이 컬렉션 전반을 관통한다. 짙은 가지색 가죽 해링턴 재킷은 크리켓 넥타이, 카고 팬츠와 매치해 고급스러운 질감을 강조했다. 쇼의 극적인 무드를 책임진 사운드트랙은 퍼렐이 직접 제작했고 A.R. 라흐만, 클립스, 도이치, 그리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컬렉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맞물린 순간, 그것은 분명 루이 비통의 여름이었지만 어쩐지 인도의 오후처럼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System
무표정한 오후의 도심 속 몽상가들.

시스템이 누구나 꿈꿀 법한 이상향을 런웨이에 펼쳐냈다. 'Office Daydream'이라는 콘셉트 아래 현대인의 내면에 숨겨진 순수한 갈망, 즉 바람에 휩쓸리는 듯한 자유의 순간을 절제된 감성으로 담아낸 것. 300여 벌의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로 구성된 컬렉션은 1990년대의 미니멀한 감성에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이라는 대비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시어 패브릭과 소프트 태피터로 제작한 소재들은 공기에 반응하며 움직였고, 가벼운 패딩은 필요한 부분에만 구조를 더해 바람과 몸, 그리고 빛에 반응하는 옷으로 완성됐다.

컬러 팔레트는 화이트를 시작으로 베이지, 아이보리, 페일 그레이 등의 소프트 뉴트럴 톤이 이어지면서 평온함을 창조했다. 네이비, 딥 그레이, 스카이 블루의 쿨 톤이 특정 룩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옐로, 핑크, 오렌지의 절제된 터치가 따스함을 더했다. 스키니 네이비 수트 위에 옐로 스웨터를 매치한 조합이나 스팽글 셔츠 디테일, 풀린 신발끈이나 슬립온 스타일은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가 된 듯한, 일상의 긴장 속에서도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디테일이었다. 시스템은 이처럼 실용성과 이상, 일상과 가능성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은밀한 백일몽을 시각화한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Dries Van Noten
줄리앙 클라우스너가 찾아낸 구조와 감성 사이의 정교한 균형.

줄리앙 클라우스너의 드리스 반 노튼 남성복 데뷔는 단순한 시작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2026 S/S 컬렉션 'Just a Perfect Day'는 포멀과 스포티함이라는 상반된 스타일을 유연하게 엮으며 두 개의 미감을 공존하게 만들었다. 그는 실루엣을 유려하게 풀어내되 의도는 분명하게 남겼다. 여성복에서 출발한 그의 천재적인 감각은 남성복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여기에 풍부한 프린트와 감정이 서려 있는 컬러, 자수 디테일, 그리고 약간의 판타지를 함께 끌고 들어왔다. 타히티의 전통 의상 파레오처럼 허리에 두른 랩스커트, 보트넥 이브닝 톱, 박시한 실루엣, 그리고 수많은 커머번드까지. 그는 "드리스 반 노튼의 남성복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낮부터 저녁, 새벽의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줄리앙이 그려낸 이미지는 밤새 파티를 즐기고 동이 틀 무렵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해변을 걷는 모습이다. 그 장면을 따라가듯 이번 컬렉션은 형식성과 즉흥성 사이의 미묘한 공간을 탐색했다. 쇼의 피날레, 영화 속에서 페이드아웃되는 완벽한 하루처럼 루 리드의 'Perfect Day'가 흘러나왔다.

Christian Louboutin
시간이 멈춘 순간, 예술이 된 슈즈.

마리 앙투아네트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공간에서 시간이 마법처럼 멈췄다. 크리스찬 루부탱이 2026 S/S 파리 남성 패션위크 기간에 선보인 '사토리얼' 라인은 단순한 신제품 론칭이 아니었다.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숨 막히는 순간이자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혼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의 서사였다. 유서 깊은 호텔 드 크리용의 살롱 세 개를 무대로 펼쳐진 이 특별한 여정은 슈즈라는 오브제를 통해 남성성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세 가지 핵심 기법의 라이브 시연이 펼쳐졌다.

그중 백미는 전설적인 아틀리에인 메종 르사주의 정교한 자수 작업이었다. 파르파주르(Farfajour) 및 파르파누이(Farfanuit) 모델에 적용되는 나비 모티브 자수는 55시간의 수작업으로 완성되며, 네 겹의 오간자 위에 시퀸, 글라스 비즈, 크리스털이 어우러져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연출한다. 다음으로 살롱 데 제글에서는 네 명의 퍼포머가 <댄디의 24시간>을 연출하며 컬렉션의 철학을 몸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살롱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공개된 샹벨리스 라인은 이번 컬렉션의 핵심. 시그너처인 샹블링크 메탈 핀은 할리우드 황금 시대의 칼라 핀에서 영감을 받았고, 전시된 각 구두에 매칭되는 셔츠 칼라까지 함께 선보여 토털 룩의 완성도를 높였다. 호텔 드 크리용의 고풍스러운 벽 사이로 울려 퍼진 것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영원한 갈망이 만들어낸 감탄이었다.

CREDIT INFO
Editor 노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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