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들이밀며 기습한 트럼프…호락호락 당하지 않은 파월

이영경 기자 2025. 7. 25. 14: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준 본부 청사 개보수 현장 방문해 설전
“방금 나온 자료…공사비 4억달러 늘어”
파월, 살펴보더니 “틀렸다” 침착하게 반박
WSJ “무능한 관료로 연출 위한 쇼맨십”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며 비용 내역서를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방문을 통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특유의 정치적 쇼맨십을 펼치는 장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청사 개보수 현장을 둘러보겠다며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찾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흰색 안전모를 쓰고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공사 비용 문제를 두고 즉석에서 설전을 벌였다. 그는 “방금 나온 자료”라며 양복 상의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파월 의장에게 건네며 공사 비용이 27억달러(약 3조7200억원)에서 31억달러(약 4조2700억원)로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례적인 연준 방문이 트럼프식 국정운영의 특징인 쇼맨십을 보여준다면서 “화려한 부동산 프로젝트와 리얼리티 쇼로 브랜드를 구축해온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은 8년 전 임명한 파월 의장을 예산 초과의 개보수 공사를 주도하는 무능한 관료로 연출하기에 알맞은 TV용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침착하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종이를 잠시 살펴본 파월 의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5년 전 리모델링을 마친 제3 청사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바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프로젝트의 일부”라며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파월 의장은 “새로 지은 건물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 정상과 참모진의 아첨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틀렸다”고 말하는 고위 관료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장면이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공사장 한복판에 나란히 서 있던 두 사람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파월 의장에 대한 태도를 바꾸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취재진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난스럽게 파월 의장의 등을 툭 치며 “금리만 좀 내려주면 좋겠다. 그 외에는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팽팽하게 감돌던 긴장감이 약간 누그러지며 관계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퇴를 압박해온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연준 공사 현장 방문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해 “그건 큰 조치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 FOMC 앞둔 연준 이례적 방문한 트럼프 “금리 낮춰라” 압박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250826011


☞ 트럼프 ‘파월 해임 서한 초안’에…시장 ‘요동’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172131015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