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부터 김용빈까지 새 스타들로 ‘세대교체’…‘진(眞)’들이 쓰는 새로운 역사

조유빈 기자 2025. 7. 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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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2.0 시대’ 열렸다…오디션은 트로트를 어떻게 깨웠나
순위 프로그램, 오디션 스타들이 휩쓸어…장르 넓힌 트로트에 팬덤도 확장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누가 트로트를 옛날 노래라 했던가. 지금 트로트는 중장년층의 '인생 노래'가 됐다.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MBN 《불타는 트롯맨》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트로트는 다양한 색깔과 팬덤을 안고 무대의 중심에 섰다. '뽕짝'이라 불리던 음악은 발라드·EDM·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만나며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확장됐다. '영웅시대'를 만든 임영웅으로 시작해 '트로트 황태자' 김용빈까지 젊은 얼굴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세대교체와 장르 변화, 팬덤 유입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트로트는 진화했고, 새롭게 피어났다. 트로트는 어떻게 '현재의 노래'가 됐을까. 트로트의 새판은 누가 이끌고 있을까.

《미스터트롯3》에서 우승한 김용빈 ⓒ밝은누리 제공
《미스터트롯3》 톱7의 공연 사진 ⓒ밝은누리 제공

대중 사로잡은 '트로트 황태자'의 노래와 서사

김용빈이 《미스터트롯3》에서 '진(眞)'의 왕관을 차지하는 순간, 트로트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통 트로트를 지키고 계승하겠다는 젊은 가수의 등장은 그의 실력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했다. 《미스터트롯3》 결승전에서 김용빈은 나훈아의 《감사》를 불렀다. 자신을 무대에 서게 해준 할머니와 자신을 길러준 고모, 그리고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 것이다. 그의 인생을 응원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선물이자 자서전적 무대였다.

김용빈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다. 트로트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트로트에 빠져들었고, '트로트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정식 앨범 발매와 일본 무대까지 경험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변성기와 함께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왔다. 7년이란 공백기와 슬럼프, 긴 무명 시절을 힘겹게 버텨야 했지만 트로트에 대한 갈망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이 부흥하며 '트로트의 봄'이 다시 찾아왔을 때 그는 KBS 2TV 《트롯전국체전》 무대에 섰고, 이후 《미스터트롯3》에 도전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경연에 다시 참여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접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기를 원했던 할머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것이다. 그리고 '김용빈의 봄'이 왔다. 우승 이후 할머니 산소를 찾은 그는 "할머니의 모든 인생이 나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나온 김용빈의 노래에는 인생의 굴곡이 오롯이 녹아있다. 특히 준결승 무대에서 선보인 조항조의 《이별》 무대는 그의 진심과 인생사가 극적으로 어우러져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울림을 전하는 중저음 목소리는 그만의 아우라를 만들었고,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을 몰입시켰다. 특히 가사 전달력과 곡 해석, 구성이 뛰어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무대를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통 트로트에 섬세한 감수성과 현대적 감각을 녹여낸 그에게 대중은 환호했다. 팬덤 '사랑빈'과의 따뜻한 소통, 팬들을 자신의 '심장'이라 부르는 각별한 애정은 가수와 팬덤 사이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정통 트로트의 본질을 지키겠다는 그의 진심, 가수로서의 실력, 그를 둘러싼 서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된 것이다. 김용빈은 글로벌 K팝 투표 사이트 'K탑스타' 최고의 트로트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발매한 팝 발라드 기반 트로트 곡 《어제도 너였고 오늘도 너여서》는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임영웅에 이어 다시 한번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트로트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6월 트로트 가수 브랜드 평판을 분석한 결과, 김용빈은 임영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미스터트롯》 출신 이찬원이 차지했다.

그동안 트로트는 설운도, 태진아, 나훈아, 김연자 등 왕년의 스타들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 전자댄스음악(EDM) 요소를 결합한 노래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젊은 세대의 호응을 받았으나 트로트 신의 대대적인 '회춘'은 어려웠다. 장윤정과 박현빈, 홍진영 같은 젊은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그 흐름을 잇는 스타들의 탄생이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 ⓒTV조선 제공
《미스트롯3》의 정서주는 시리즈 최연소 진에 올랐다. 사진은 이미자가 정서주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 ⓒTV조선 제공

트로트 부활의 기점이 된 《미스트롯》

그러나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이후 트로트의 시간은 본격적으로 열렸다. 특히 2019년 《미스트롯》에서 송가인이 선보인 《한 많은 대동강》 무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트로트 부활의 기점'으로 회자된다. 임영웅을 비롯해 이찬원, 영탁, 김호중,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걸출한 스타들이 오디션을 통해 탄생했다. 트로트 스타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것이다.

MBN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인 손태진은 '트로트 라디오'까지 접수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트로트 가수 심수봉의 조카 손자이기도 하다. 《미스트롯3》에서 역대 최연소로 진에 오른 '17세 신성' 정서주는 독보적인 감성으로 레전드 트로트 곡들을 재탄생시키면서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서주는 《미스터트롯》 정동원을 보고 노래를 시작한 일명 '정동원 키즈'다. 이 외에도 양지은, 안성훈 등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을 비롯해 《불타는 트롯맨》의 신성, 에녹, 민수현, 김중연 등이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오디션 휴식기에도 트로트는 콘서트와 스핀오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소비된다. 전국 투어 콘서트를 비롯해 《사랑의 콜센타》 등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콘텐츠 등은 팬덤이 유지될 수 있었던 동력으로 꼽힌다.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SBS Life 《더트롯쇼》, MBC ON 《트롯챔피언》 등 트로트 곡 순위를 선정하는 '차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더트롯쇼》의 경우 음원 점수, 소셜 미디어 점수, 방송 점수, 투표 점수를 합산한 사전 투표 점수에 실시간 생방송 투표를 합산해 1위 곡을 선정한다. 순위를 움직이는 것은 팬덤이다. 아이돌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아이돌 팬덤처럼, 트로트계에도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퍼포먼스도 함께 보여주는 순위 프로그램은 트로트 스타들의 활동 무대로도 기능한다.

차트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트로트 스타들이 점령했다. 최근 《더트롯쇼》에서는 《미스터트롯2》 준우승자인 박지현이 김희재, 이찬원과의 대결 끝에 신곡 《녹아버려요》로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김용빈이 《금수저》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한 바 있다. 《트롯챔피언》에서도 장민호, 박서진, 송민준, 손태진 등 오디션을 통해 얼굴을 알린 가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임영웅을 시작으로 많은 트로트 스타가 코로나19 시국 이후 대중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면서 (프로그램이) 히트를 했고, 기존에 아이돌 위주였던 팬덤 문화가 트로트에 이식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팬덤의 연장선상에서 순위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 ⓒTV조선 제공

훌쩍 늘어난 음반 판매량…'임영웅 효과' 

팬덤에 힘입어 트로트 스타들의 음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19년 3만 장대에 그치던 트로트 앨범 판매량은 2024년 200만 장까지 증가했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라 불리는 《미스터트롯》 이후인 2022년 음반 판매량은 260만 장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해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는 출하량 기준 115만 장, 김호중의 《파노라마》는 69만 장 판매됐다. 영탁(53만 장)과 장민호(10만 장), 정동원(5만 장)의 성적도 눈에 띄었다. 2023년에는 이찬원이 56만 장, 박서진이 10만 장대 판매고를 올렸고, 지난해에도 김호중, 이찬원, 영탁, 장민호 등이 활약하면서 음반 시장의 규모가 유지됐다.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지금 많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가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실력과 서사로 인해 팬덤이 두터워지면서 앨범 판매량 증가로도 연결된 것"이라며 "다만 기존의 트로트 가수에게 낙수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홍진영 등 인지도가 높았던 가수의 앨범 판매량도 7000장가량에 그쳤지만, 오디션 스타들은 수십만 장을 넘어 100만 장대까지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앨범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음악적 장르가 다양해진 만큼 트로트라는 분류로 보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중장년층의 팬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고, 팬덤이 있는 가수 중심으로 앨범이 소비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3》의 스핀오프 예능 《사랑의 콜센타-세븐스타즈》 ⓒTV조선 제공
TV조선 《미스터트롯3》의 스핀오프 예능 《사랑의 콜센타-세븐스타즈》 ⓒTV조선 제공

실제로 트로트의 음악적 장르도 오디션 이후 급속도로 확장됐다. 이전에는 단조로운 음악과 전통적 편곡에 기반한 '뽕짝' 이미지가 강했지만, 현재의 트로트는 발라드·팝·EDM·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다채로워졌다. 이를 트로트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과거 아이돌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대성의 《대박이야》 《날봐 귀순》, 슈퍼주니어의 트로트 싱글 《로꾸거》처럼 확장된 장르의 노래를 통해 다양한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트로트를 통해 팬덤이 생긴 이후 가수가 스타성을 지니게 되면서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트로트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팬덤의 경우 한 명의 스타에 대한 충성도가 이어진다는 점을 볼 때, 이후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전의 스타를 능가하는 팬덤을 보유한 가수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오디션을 통해 서사를 투영하고 실력을 증명한 가수들이 새로운 트로트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졌기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또다시 출격을 준비 중이다. TV조선은 새로운 여성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킬 《미스트롯4》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고, MBN은 《무명전설-트롯 사내들의 서열전쟁》을 통해 '제2의 손태진'을 찾을 계획이다. 트로트는 이제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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