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폭침된 우키시마호에 탄 조선인 형제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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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동생들이 전사했다는 자기감정에 사로잡혀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형제의 상봉을 막을 수 있는가? 전쟁은 일본인, 그들의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뜨거웠다."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일본을 배경으로 합니다.
역사 속에 묻힌 진실과 거대한 체제의 폭력에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것, 우리가 그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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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상 소설집 '도항'
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동생들이 전사했다는 자기감정에 사로잡혀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형제의 상봉을 막을 수 있는가? 전쟁은 일본인, 그들의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뜨거웠다."
조갑상(76) 작가가 8년 만에 펴낸 소설집 '도항'(渡航)의 표제작 속 한 대목입니다.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일본을 배경으로 합니다. 모집, 관의 알선, 징용이라는 말이 나돌기 전 일찍이 도항해 나고야에서 일하던 충청도 출신 '김상구'는 막냇동생을 찾아 나선 길입니다. 자기 대신 징집된 동생이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에서 비행장을 닦는다는 소식을 고향집을 통해 듣게 되면서죠. 하지만 노무자 감독인 나카지마의 강짜로 헛걸음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동생 셋을 잃었다는 나카지마는 "당신 동생은 제국이 잘 보호하고 노임까지 주면서 일 시키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김상구를 쫓아내죠. 지척에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심정을 감히 가늠해봅니다.
형제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항복을 선언한 후, 반강제로 열도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또다시 등 떠밀립니다. '조선인은 모두 떠나라. 떠나지 않으면 배급도 없다' '다음 출항은 없다'는 삐라에 형제 역시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에 탑승합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첫 귀국선이었죠.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며칠 뒤 8월 24일 배는 침몰하고 맙니다. 여전히 원인 불명인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입니다.
작가는 "잊혀진 사건, 특히 어떤 빈틈이 있을 수 있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묻히지 않게 빛을 비춰주는 작업이 작가로서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썼습니다. 역사 속에 묻힌 진실과 거대한 체제의 폭력에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것, 우리가 그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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