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때도 쉬면 생계, 일하면 건강 걱정"···피할 수 없는 삶
쬐는 뙤약볕 올라오는 복사열
그늘 없는 일터 생명 위태로워
5대 안전 수칙은 있으나 마나
"물 마셔 대신 근본 대책 필요"
노동당국 "안전 위해 고민할 것"

"덥다고 쉬면 일당을 받을 수 없는데, 그림의 떡이죠. 휴식에 관한 안전 수칙이 있긴 하지만 생존은 결국 각자 알아서 해야 합니다."
폭염이 일상화된 뉴노멀의 시대, 타는 듯한 무더위 속에 육체노동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
노동당국은 폭염 속 야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수칙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 보다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4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도 노동자들은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해 얇은 두건과 팔토시 등으로 무장했지만,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 그늘 한 점 없는 건설현장은 1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웠다.
노동자들의 작업복 색은 마치 비라도 맞은 듯 땀으로 젖어 전부 진한 상태였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박모(63)씨는 "내리쬐는 햇볕부터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여름에는 사실상 시원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반 포기 상태로 일한다"며 "노동자 안전 수칙에 작업 중 시원한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남구 백운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흙이나 아스팔트로 된 도로가 아닌 철제 복공판이 위에서 작업하다 보니 발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작업 중간중간 더위를 달래기 위해 안전모를 벗고 시원한 물을 머리에 들이붓는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노동자 김모(54)씨는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장 여건은 쉽지 않다. 지하철 공사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상황인 만큼 덥다고 쉬어가면서 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현재 정부의 노동자 안전 수칙은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키라는 뜻과 같다. 개인용 보냉장구를 적극적으로 지급하는 등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에게 고용부가 만든 안전 수칙은 헛구호에 그치고 있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폭염 5대 안전 수칙'을 만들었다. 수칙의 내용은 '시원한 물 제공', '냉방장치 설치', '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 '보냉장구 지급', '119 신고 등이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다 보니 건설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각 자치구에서도 건설현장에 공문을 보내 수칙을 지킬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지만 실제 지키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처벌할 권한은 없다.

결국 노동부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지난 17일부터 폭염 5대 안전 수칙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게 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말만 의무적이지 휴식을 주는 방식도 사업주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력하게 처벌받은 사업주가 있었느냐"며 "폭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정부가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주고용청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폭염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집중적으로 감독할 것이다"며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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