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고보다 해고가 두렵다” 국회인권센터에 ‘의원 갑질 신고’는 설립 때부터 지금껏 ‘0’

정윤경 기자 2025. 7. 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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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가 쏘아올린 ‘현대판 노비’ 논란…의원 손에 임명도 해고도 달려 ‘파리 목숨’
“신고하면 내부 고발자로 ‘낙인’찍혀”…‘인권위 접수’ 갑질 진정도 22년간 단 2건뿐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1. 앞으로 갑질하는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보좌진이라면 녹음은 필수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술 마시고 밤에 전화해 술주정하는 의원, 재떨이 던지는 의원, 자기 대신 감방에 가라고 소리 질러대는 의원, 여성 보좌진에 술자리 강요하는 의원. 이런 의원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쯤은 하나씩 준비하자.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모두 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다. 특별히 갑질을 당해도 싼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2. 여기에는 시스템이 있다. 사람을 조용히 없애는 시스템. 말 걸지 말라는 눈빛 신호, 회의 때 배석하려 하면 조용히 나가라는 눈짓, 눈 마주쳐도 안 본 척, 사람 하나 증발하는 데 딱 3일이면 충분했다. 그러다 하루는 네댓 명이 한 번에 사라졌다. 예고도 없이, 이유도 없이. "전원 사표 받으라 하십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관리자, 늘 곁에서 고개 끄덕이던 수석보좌관. 그날 깨달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애초에 사람이 아니라 소모품이었다는 걸.(국회 보좌진이 모인 익명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 올라온 글)

여의도 권력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국회 보좌진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끝내 낙마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논란'이 보좌진 사회에 쌓여 있던 불만과 분노에 불을 지피면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입법·예산 심의 같은 공적 업무부터 사적 지시와 사적 심부름 등까지 전방위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모호한 지위 탓에 정당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보좌진의 실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보좌진은 문제를 제기하면 "여의도에 발도 못 붙인다"는 두려움에 국회인권센터에 신고조차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7월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보좌진 사회의 폐쇄성, 신고 막는 큰 장벽"

"보좌진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원이야말로 '얼굴마담'이다". 5년여간 보좌관을 지낸 이주희씨는 저서 《보좌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의 말처럼 보좌진 없이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입법 및 예산심의, 상임위원회 질의서 작성부터 SNS 게시물 작성, 인터뷰 답변지 준비, 자서전 집필까지 전방위적 업무에 동원된다. 격무가 의정 활동에만 국한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의원 일가의 경조사 참여, 휴가 일정 짜기, 반려동물 픽업 등 보좌직원이 아니라 '사적 수행비서'에 가까운 업무를 도맡기도 한다.

문제는 사적 업무에 동원되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임면(任免)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핵심 일꾼'이지만, 처지는 '파리 목숨'과 다름없는 셈이다.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는 '보좌진을 면직할 경우에는 면직 대상자, 면직일 및 면직요청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보좌진 사이에서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기에 일반적인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오가며 21년을 여의도에서 보낸 임현 보좌관도 "보좌진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게 있다.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감이 따라다니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것조차 보좌진에게는 부담이다. 취재에 따르면, 국회인권센터가 설립된 2022년부터 현재(2025년 7월23일)까지 국회의원 갑질과 관련해 신고가 접수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는 "국회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 전반에 대한 상담조사, 교육지원, 정책연구, 대외협력 등을 수행한다"며 "국회의원의 인권 침해에 관한 조사는 국회인권센터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센터가 국회 보좌진을 대상으로 나눠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홍보물 하단에는 센터에 상담 및 신고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익명을 요청한 현역 여당 의원의 보좌관 A씨는 시사저널에 "홍보물을 나눠줄 때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고, 보좌진 대다수가 그렇게 알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라고 반문했다.

국회인권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건을 접수하라고 안내하지만, 인권위에 접수된 갑질 관련 진정은 2002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22년간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건은 국회의원이 보좌관의 직급을 부당하게 하향 조정했다는 이유로 제소된 사례였다. 해당 사건은 행정심판에서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며 인권위에서도 각하 처리됐다. 다만 인권위는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도 "직급 체계의 하향 조정은 통상 징계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며 "다른 기관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건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보좌관이 현역 의원을 제소한 사례였으나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갑질 의혹의 중심에 있는 강선우 의원조차도 7월22일 기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좌진 등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강 의원이 낙마할 때까지 그의 지명을 철회해 달라는 익명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지만, 실제로 인권위 제소에까지 나서는 것은 큰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2000명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협의체인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시 이번 갑질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좌관 A씨는 "신고하는 순간 내부 고발자로 낙인찍혀 여의도에 발도 못 붙이게 된다"며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고도 2차 가해에 시달렸던 '안희정 사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좌진 사회의 폐쇄성이 구성원들의 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국회인권센터가 배부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포스터

'야간 호출=부당 지시' 규정하는 입법 추진

보좌진은 당장 고용 불안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것만은 막아 달라는 취지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좌진 소속을 '의원실'이 아닌 '국회사무처'로 전환하면 고용 안전성을 꾀할 수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국회사무처에서 보좌직원들을 일괄적으로 채용하고 의원들이 요청할 때마다 지원하면 직업 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의원이 보좌진의 임면권을 행사하지 않게 되면 보좌진은 의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게 돼 '갑질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의 갑질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반 직장처럼 노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보좌진 협의회도 조직력이 강한 단체는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결국 법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도 관련법 개정에 나선 모습이다. 한지아·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7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선우 갑질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재에 따르면, 한지아 의원은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 의원 측이 제공한 '법률안 입안 및 검토 의뢰서'에는 사적 심부름, 사생활 침해, 야간·주말 호출 등 직무 외 지시를 '부당 지시'로, 폭언·모욕·무시·부당한 업무 배제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명문화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국회 내에 보좌진이 익명으로 고충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전 보좌진을 대상으로 연 1회 인권,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회의원 개개인의 윤리의식을 고취하는 것과 함께 제도적 견제 장치 도입 등이 동시에 마련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가 빠르게 발전하긴 했지만, 우리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며 "그만큼 국회의원의 자질이나 윤리의식이 성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나 다른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오랜 의회민주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도적인 견제 장치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고, 국회의원의 윤리의식에 대한 기대 수준도 다소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갑질이나 사적 심부름 같은 문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발생 빈도나 대응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보좌진의 업무' 정확히 규정해 공개

해외 사례는 어떨까.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기재된 하원 규칙에는 하원 상임위원회의 전문 직원들은 의회 근무 시간 동안 위원회 업무 외의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고, 위원회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어떤 업무도 부여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위원회 소속 직원들을 위원회 위원들의 개인 사무실 업무를 보조하는 데 활용해서도 안 된다고도 못 박았다.

물론 미 하원 윤리위도 '공식적이고 대표성 있는 직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들은 △공무와 관련해 하원에서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것 △유권자를 위해 수행하는 정당한 심부름 △정부 기관과의 면담 주선 △정부 계약 체결 지원 △이른바 '소식지(newsletter)' 작성 △보도자료 배포 △외부 연설 등은 공적 업무에 포함된다고 봤다.

만약 윤리 기준을 위반하면 의원직 제명까지 가능하다. 미국 헌법은 상·하원 각각에 대해 자체적으로 소속 의원의 품위 손상 행위를 처벌할 권한을 부여한다.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해당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하원은 또한 해당 의원에게 견책, 경고, 비난, 서열 강등, 벌금 등 기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처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제104차 연방의회에서는 한 의원이 보좌직원에게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징계 심의까지 열린 바 있다. 해당 의원은 근무 시간 중 직원에게 청구서 납부, 개인 우편물 수령, 자택 청소, 머리 손질은 물론 백화점·식료품점·가구점 등에서 개인 쇼핑을 지시하는 등 명백히 사적인 업무를 정기적으로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의원의 개인 거래처 및 서비스 업체와의 연락 창구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 조치는 없었지만, 조사 소위원회가 꾸려져 진상 규명에 나설 정도로 사안은 엄중하게 다뤄졌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국내 보좌관은 "우리나라 국회의 대다수 의원은 실제로 저런 일들을 일상적으로 시키고 있다"며 "의원끼리 서로 눈감아주는 분위기라 윤리위에 회부되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렵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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