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의 왕’ 탄생 200주년, 빈 전역서 다양한 기념행사
생가 옛 건물 사라지고 사진용 명패만
‘블루 도나우’ 작곡한 신혼 아파트엔
실제 사용 악기, 가구 등 비치돼 눈길
데뷔 무대 카페 돔마이어, 아직도 성업
첨단기술로 꾸민 박물관 ‘환상적 공간’

■생가와 신혼집
슈트라우스 2세의 행적을 어떻게 따라갈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그가 태어난 생가가 숙소인 상수시호텔 근처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른 아침 식사에 앞서 산책 삼아 생가인 레르헨펠트 슈트라세 15번지까지 걸어갔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은 뒤 지하철 1호선에 오른다. 네스트로이플라츠역에 내리면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63부터 1870년대 중반까지 10년가량 살았던 저택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가 나온다. 그는 1862년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 결혼한 7세 연상의 성악가 제티와 이곳에서 살았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부부가 살았던 곳은 저택 2층이었는데 지금은 박물관이 됐다. 다른 층에는 현지인이 살기 때문에 관람객은 대문 앞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이곳은 고작 방 3개와 거실 등으로 이뤄진 작은 공간이어서 둘러보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카페 돔마이어와 박물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파트에서 나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에는 쇤브룬궁전 쪽으로 향한다. 물론 그곳이 목적지는 아니다. 지금 가려는 곳은 궁전을 조금 지난 곳에 있는 히칭 지역의 ‘카페 돔마이어’다. 이곳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열아홉 살이던 1844년 데뷔 연주회를 열었던 장소였다. 원래 그가 데뷔하기 12년 전 문을 연 화려한 공연장을 가진 카지노였다. 개장 초창기에는 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가 수시로 연주회를 개최하곤 했다.

마침 커피가 당기던 참이라 가게에 들어간다. 커피 한 잔을 시키려는데 유리진열장 안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초콜릿’이 보인다. 주저하지 않고 초콜릿도 함께 주문한다. 마침 빈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살핀다. 정말 조용한 동네라는 게 한눈에 느껴진다. 이런 곳이라면 ‘빈 한 달 살기’ 같은 이벤트를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박물관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빈에 그의 인생, 음악을 한눈에 조명할 수 있는 박물관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해 연말 문을 열었다. 박물관 자료를 찾아보다 홈페이지에서 이곳의 정체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문구를 발견했다.
‘리버풀에는 비틀즈가 있고, 멤피스에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고, 빈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멀티디멘션 왈츠’라는 시설이다. 환상적인 영상, 조명 아래 간이의자에 앉아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한 중년 남성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음악과 영상 그리고 분위기에 푹 빠졌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곡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황제 왈츠’ 등 왈츠곡은 물론 ‘플레더마우스’ 등 오페레타의 아리아도 흘러나온다.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고 다리가 움찔거리는 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벽 쪽에 선 두 노부부는 손을 맞잡고 가볍고 조심스럽게 왈츠를 즐긴다.
■슈베르트 생가
칼스플라츠역 인근에서 트램 D를 탄다. 첫날 베토벤박물관에 갈 때 지나갔던 카니시우스가세역에서 내린다. 이곳에 온 목표는 ‘슈베르트 생가’다. 빈에서 슈베르트의 삶을 볼 수 있는 시설은 이곳뿐이므로 안 가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슈베르트가 여기서 태어나고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생가 맞은편 골목에는 슈베르트가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은 건물 전체가 슈베르트생가로 꾸며졌지만 사실 슈베르트 가족은 2층의 방 하나만 빌려 여섯 식구가 함께 살았다. 그나마 아버지가 교사여서 다른 집보다 돈을 조금 더 번 덕분에 슈베르트 가족이 빌린 방이 가장 컸다고 한다.
슈베르트생가는 가운데에 자리 잡은 정원을 건물이 ‘ㄷ’ 형태로 둘러싼 모양이다.

글·사진/빈(오스트리아)=남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