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불필요한 루틴은 없다!

[골프한국] 사람마다 그만의 독특한 골프 버릇이 있다. 셋업을 취하기 전, 셋업을 할 때, 스윙을 할 때, 샷을 날리고 나서, 미스 샷을 하고 나서, 기막힌 결과를 얻었을 때 등등 플레이를 하면서 남이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한 동작을 한다. 영어로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이것은 언뜻 불필요한 듯 보이지만 안정된 샷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다. 소림사에서 일정한 단계의 무술을 마스터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수많은 관문처럼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 마음먹은 샷을 날릴 수 있다. 이 동작을 생략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자신감이 없어져 결국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세베 바예스테로스(Seve Ballestelos)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골퍼인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Jose Maria Ollazabal)은 많은 시간을 들여 셋업을 한 뒤 샷을 날리기 전까지 수없이 목표물과 볼을 번갈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보통 한두 번 쳐다보곤 샷을 날리기 마련인데 올라자발은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7~8번을 반복하고 나서 샷을 날렸다.
한 친구가 그의 이 같은 습관을 꼬집었다.
"자네가 나보다 먼저 볼을 칠 땐 잠깐 눈을 붙여도 되겠더라구."
올라자발이 대답했다.
"미안하네. 하지만 그 동작을 하지 말라는 건 골프를 그만두라는 것이나 같은 주문일세."
올라자발의 깔끔한 샷은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이 동작을 거친 뒤에 나오는 것이다. 나중엔 올라자발도 셋업 한 뒤 목표 지점을 바라보는 횟수를 상당히 줄여 머뭇거림 없는 샷을 날렸다.
자기 나름 대로의 습벽은 때로 자신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 보기에 흉하다고 이미 굳어진 골프 버릇을 억지로 고치려 했다간 도리어 엉뚱한 화를 당한다. 굳어진 습벽은 굳이 버리려 애쓸 필요가 없다.
어떤 사람이 막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한 전통적이 쉬라드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쉬라드는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의 저승길을 위해 기도하는 의식이다. 가족들이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집 개가 기도하는 방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왔다. 그 남자는 의식을 망칠까봐 급히 일어나 개를 끌고 나갔다. 그리곤 베란다 기둥에 묶어 두었다.
몇 해가 지나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는 그의 아들이 쉬라드 의식을 행하게 되었다. 모든 절차를 빠짐없이 행하기를 원하는 아들은 이웃집에 가서 개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그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기도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그 의식을 행했다. 아버지는 개를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은 다음에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와 기도를 하셨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아들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벽한 의식을 행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당시 그 집에는 개가 없었기 때문에 아들은 떠돌이 개를 찾아 온 동네를 뒤져야 했다. 그는 가까스로 개 한 마리를 잡아다가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고는 만족스런 마음으로 의식을 끝냈다. 이후 그 집안에는 수 세기를 걸쳐 지금까지도 개를 잡아다가 베란다 기둥에 묶어놓는 것이 그 의식의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절차로 이어졌다. (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 중에서 )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나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골프에서도 자신만 만족한다면 아무리 보기 흉한 습벽이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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