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야구 통계 만들고 싶다”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5. 7.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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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 100일 만에 광주로 이사왔다.

"많은 이들이 '세이버메트릭스'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까지는 '덕후' 중심으로 OPS(출루율+장타율) 등 각종 지표와 숫자에 매몰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부상과 사고를 예방해 더 건강하게 오래 운동할 수 있게 하는, '사람 냄새 나는 야구 통계'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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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부산에서 태어나 100일 만에 광주로 이사왔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83년, ‘고교야구 광팬’이던 큰누나의 ‘강권’으로 해태 타이거즈 어린이 회원에 가입했다. 연회비 5000원을 내고 빨간색 야구 모자와 점퍼, 사인볼, 라디오를 받았다. 그해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 광주에 자동차 공장이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이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기아 타이거즈’가 되었을 때, 그는 타이거즈 팬으로 기꺼이 남기로 했다.

1983년 해태 타이거즈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한 황승식 교수. ⓒ황승식 교수 제공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52)는 유명한 야구광이다. 그리고 역학자다.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확률과 통계를 많이 사용한다. 한국야구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에도 ‘확률’이 있다. “축구는 오프사이드 빼고는 룰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면, 야구는 복잡하다면 복잡한 룰을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3시간 경기 중 실제로 공이 플레이되는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는다. 공이 정지해 있는 시간에도 사인을 주고 받는 등 치밀한 작전과 계산이 수행되며, 거의 모든 행위가 숫자와 영상으로 기록된다. 그래서 통계를 통한 예측이 가능한데, 예측 결과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오차가 생긴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다.”

황승식 교수는 최근 역학자와 야구광이라는 두 정체성이 교차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안전관리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대학생까지 포괄하는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의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과거에 고등학교 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나눠서 했는데,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전국 단위 리그를 여름방학에 몰아서 하다 보니 6월 말부터 8월까지 전국 대회 일정을 빽빽하게 소화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는 건 무리가 있다. 야간경기 시설이 갖춰져 있고, 폭염에 취약한 인조 잔디 대신 천연 잔디가 깔린 프로야구 경기장을 고교야구 선수들도 비어 있는 일정에 맞춰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프로야구 경기장은 구단도 아닌 지방정부 소유다. 이미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여는 사례도 있다. 생명과 관계된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협의해보고 싶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시사IN 이명익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자 명단(Injured List)’으로 선수 부상에 관한 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한국 야구에는 그러한 공식 기록이 없다. 야구선수가 다른 직군에 비해 더 오래 사는지 그렇지 않은지 연구할 만한 데이터도 충분히 공개되어 있지 않다. “많은 이들이 ‘세이버메트릭스’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까지는 ‘덕후’ 중심으로 OPS(출루율+장타율) 등 각종 지표와 숫자에 매몰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부상과 사고를 예방해 더 건강하게 오래 운동할 수 있게 하는, ‘사람 냄새 나는 야구 통계’도 만들고 싶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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