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조항 개정의 배경과 전망 [태평양 상법개정 리포트]

2025. 7. 25. 07: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최철웅 변호사
충실의무 위반 시 이사들 민·형사상 책임
회사 업무집행 위법 또는 무효 판단 리스크도
태평양 최철웅 변호사
매일경제 릴레이 기고 1회
2025년 7월 3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실무적 관심이 쏠린 쟁점은 단연 충실의무 조항의 변화이다.

이번 개정 상법은 충실의무의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장했다.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도 추가됐다.

영미법상 이사들이 부담하는 신인의무(fiduciary duties)는 ‘duty of care’와 ‘duty of loyalty’로 대별된다. 전자는 주로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는 영역에서, 후자는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서 문제된다.

종래(1998년 이전) 우리 상법은 이사와 회사 간의 관계를 위임으로 규정하여 이사가 회사에게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도록 했지만, 충실의무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경업과 겸직, 자기거래, 회사기회이용 등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점들에 개별적인 조항들을 두어 규율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충실의무에 관한 상법 제382조의3이 신설되었다. IMF 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상법 개정 과정에서 영미법상의 개념들이 대거 도입되었고, 이 때에 영미법상 duty of loyalty가 우리 법률에도 도입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상법 개정 전까지 그대로 유지된 충실의무 조항은 이사들에게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판례는 충실의무의 대상을 일관되게 ‘회사’로 보았으며, 이사가 ‘주주’에게도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한 사례는 없었다.

이사가 주주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직접 배상책임을 부담한 사례도 상당히 드물었다. 상법상 이사는 일정한 경우 회사가 아닌 주주 등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만, 대법원은 이른바 주주의 간접손해(이사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결과 간접적으로 주주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청구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사’만을 대상으로 한 충실의무는 독자적인 기능이 있는지 의문시 되기도 했다.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간 관계가 모호했던 것이다. 동질설과 이질설이 대립했고, 대법원은 충실의무가 등장한 대부분의 판결들에서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 위반’과 같이 양자를 묶어서 설시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대규모 자본거래나 기업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소수주주의 권익 침해 문제를 제도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자기주식 처분,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나 자회사 지분 매각, 합병이나 분할 비율 산정 등의 국면에서 소수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법적으로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는 없으니, 회사의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 한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퍼진 것이다. 그 결과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사가 모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충실의무 조항 개정에 영향을 주었다. 대다수 미국 기업들의 본산이자 그래서 기업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델라웨어주의 회사법은 이사가 주주·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해상충 상황에 적용되는 가장 엄격한 기준(Entire Fairness)으로 합법성을 심사한다. 영국 회사법도 이사가 경영판단 과정에서 모든 주주 간 형평성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미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중요한 자산 처분 등 경영판단 과정에서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도외시했다는 이유로 주주들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들이 발견된다. 또한, 일본 회사법도 문언상으로는 개정 전 우리 상법과 같이 회사에 대해서만 이사가 충실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지만, 판례나 정부 지침 등에 의해 조직재편거래(주식교환·이전,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에서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인정하는 등 영미 법체계에 근접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상법에 ‘주주’가 충실의무의 대상으로 추가되면서, 우리 나라 이사들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하여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특히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보다 복잡한 이익형량이 요구됨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정된 충실의무 조항이 여러 가지 기업경영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지 아직 불명확한 지점들이 많다. 개정된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 ‘총주주’, ‘전체주주’라는 각기 다른 표현이 사용되는 것으로 인한 해석상 논란은 이번 상법 개정 과정에서부터 지적되었고, 주주들 전부의 이익 방향이 항상 일치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사들은 어떠한 판단 기준에 입각해야 하는지(어느 주주에게라도 불이익이 발생하면 충실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또한, 회사의 자본구조 및/또는 지배구조 변경을 수반하는 영업양수도, 합병, 분할, 신주발행 등에 대해서는 이미 상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관한 법률 등에 각각의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가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규정들과 개정된 충실의무 조항 간의 관계(요건과 절차 규정을 모두 준수하면 어느 주주의 이익이 희생되는 결과가 발생해도 충실의무 위반이 아닌 것인지)도 분명하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개정된 충실의무 조항에 따라 이제 이사는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데, 기존에는 주로 회사와의 관계에서 문제되던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및 이와 관련된 주주대표소송 등의 조항들과 개정 충실의무 조항 간의 관계가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관해서도 해석상, 실무상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개정 충실의무 조항에 대한 판례, 유권해석, 확립된 선례 등이 있기 전까지 다양한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입법 동향, 최신 해석과 판례, 이러한 불확실성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실의무 위반 시 이사들이 부담할 수 있는 민형사상 책임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무집행이 위법 또는 무효로 판단될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 집단의 조력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이후 기고들에서는 이러한 충실의무 조항 개정이 소수주주 보호와 경영권 분쟁, 기업결합과 지배구조 재편, 형사책임 등 다양한 영역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적·실무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지 각 분야별 전문가가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