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정책, 도입도 폐기도 졸속 [.txt]

한겨레 2025. 7. 2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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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앞 대로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폐기를 반대하는 교과서 발행사와 관계자 등 약 5천명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은 포기하려 한다며 교과서 업계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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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strong>백원근의 출판 풍향계</strong></span>
교과서발전위원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발행사 등 교육계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인공지능 교과서의 법적 지위 격하에 반대하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천재교과서 제공

21일 국회 앞 대로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폐기를 반대하는 교과서 발행사와 관계자 등 약 5천명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은 포기하려 한다며 교과서 업계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10일 인공지능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발이다.

2024년 6월,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1과 고1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교육 과목 등에 인공지능 교과서를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전체 교과목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거센 찬반 의견이 비등했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교과서가 학생 학습 수준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적의 학습경로와 맞춤 처방을 지원한다고 강조했지만, 교사와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그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공지능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자 올해 1월에는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교과서’ 지위를 유지시켰다.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재의결이 추진된 것이다.

교육부 방침으로 인공지능 교과서 활용이 의무가 아닌 학교 재량에 맡겨진 올해는 시‧도 교육감 성향이나 지역별 여건에 따라 도입 여부가 결정되면서 전국 초중고의 32.4%에서 인공지능 교과서를 선택했다. 대구를 비롯해 교육감 성향이 보수이거나 중도인 지역은 도입률이 높았고 진보 성향인 곳은 낮았다. 수도권 교육감들은 인공지능 교과서의 추가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교과서는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디지털 교과서 상용화 추진 계획’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디지털 기반의 교육혁신 정책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매번 다른 이름으로 추진되었지만 진짜 교육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은 교육 공동체의 공감대와 합리성 대신 교육공학적 접근법을 앞세운 속전속결식 정책 추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정부 약속만 믿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 교과서를 개발해 온 민간의 투자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었다. 관련 출판사와 에듀테크 업체들은 공황 상태다. 일부 출판사는 이미 구조조정에 나섰다. 교과서 업계는 인공지능 교과서 시범 사용 기간의 1년 연장과 민·관·정 디지털교육 정책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 특히 교과서는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의 근간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교과서 도입을 두고 현재 여당은 반대, 야당은 찬성 당론이 뚜렷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 도입에 대한 합리적이고 차분한 논의 대신 정치적 대결만 앞서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교과서 정책이 도입도 폐기도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애꿎은 교과서 출판계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형국이다. 한국 출판산업을 지탱하는 교과서 출판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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