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도, 아이도, 자란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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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서 이마가 크게 까진 일이 있었다.
상처가 커서, 상처에 붙인 밴드가 이마의 삼 분의 일은 될 정도였다.
숲은 낙엽으로 이불을 삼아 덮어주고, 심심할까 겨울잠 자는 동물들을 벗 삼으라고 내어준다.
고요함 속에 자분자분히 들리는 숲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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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서 이마가 크게 까진 일이 있었다. 상처가 커서, 상처에 붙인 밴드가 이마의 삼 분의 일은 될 정도였다. 흉터가 남지 않을까 걱정됐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7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피어오르는 생명의 힘이 느껴질 때가 있다. 잠자리를 쫓아 풀밭을 힘차게 달려갈 때, 어느샌가 부쩍 커버린 몸으로 새근새근 자고 있을 때. 그런 날은 아이의 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만져질 듯 보인다. 이제 막 자라나는 나무 둥치 안에서 수관을 따라 고요하고 도도히 흐르는 물처럼.
공은혜 작가의 그림책 ‘환호’도 아이를 바라보며, 자연을 느낀 부모의 마음에서 태어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라고 변하는 자연. ‘엄마와 아이의 관계로 세상을 바라보고 남겨질 아이를 위한 이야기를 만듭니다.’ 공은혜 작가가 자신의 1인 출판사를 소개하는 글에도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환호’는 스산한 겨울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로 시작한다. 숲은 낙엽으로 이불을 삼아 덮어주고, 심심할까 겨울잠 자는 동물들을 벗 삼으라고 내어준다. 와자작 갈라지는 언 연못 소리에도 깨지 않도록 숲은 고요히 열매를 품어준다. 민들레 하나 피기 전까지.
톡! 톡! 톡! 꽃눈의 움트는 소리, 봄을 찾아 날아온 새 소리. 땅의 응원으로 흙을 뚫고 올라오는 열매 소리가 들린다. 팔랑이는 초록 이파리. 이건 숲의 환호다. 흐르는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찬 숲속의 열기는 작은 열매들을 위한 숲의 벅찬 기대다.

장작 타는 소리와 속삭임. 곯아떨어진 아이의 새근거림. 고요함 속에 자분자분히 들리는 숲의 소리. 아침이 되어 태양이 찾아오면 생명의 소란스러움 속으로 숲은 우리를 슬그머니 밀어 넣는다. 이렇게 우리에게 숲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밤에서 낮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화려해지는 색들이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책날개에 “우연히 툭, 떨어진 열매 하나. 숲의 보살핌으로 자라나듯 널 위해서도 세상이 움직이고 있어”라고 쓰인 글이 그제야 온전히 이해된다. 어른들의 눈에 아이들이 얼마나 빛나는지, 얼마나 강렬한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아이들은 알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자신들이 이런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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