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를 건 게임 시대, 그저 게임 즐겼던 한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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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라고 떠도는 어구가 있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먼저 규칙을 익히고, 다음에는 누구보다 좋은 플레이를 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출전이 불분명한 에스엔에스(SNS)식 인용구이다.
삶을 게임에 빗댈 때는, 거기엔 규칙이 있으며 승패가 있다고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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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라고 떠도는 어구가 있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먼저 규칙을 익히고, 다음에는 누구보다 좋은 플레이를 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출전이 불분명한 에스엔에스(SNS)식 인용구이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다. 삶을 게임에 빗댈 때는, 거기엔 규칙이 있으며 승패가 있다고 전제한다.
최근의 장르 서사는 이처럼 룰을 알아내는 공략법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요새 나온 영상물 중 가장 화제성이 높은 ‘오징어 게임’과 ‘전지적 독자 시점’ 둘 다 게임을 생사의 문제로 만들면서 규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업을 중요하게 그린다. 매뉴얼의 유무에 따라 인생 난이도가 바뀐다는 인식은 모두가 공유하기에, 판타지 성격이 강한 작품들에서 되레 통렬한 현실 감각을 느낀다. 이것이 회귀, 빙의, 환생물의 인기 이유이다. 규칙을 미리 알면 전략을 짤 수 있고 능력치가 상승한다. 다만 안다고 해서 미션을 ‘클리어’할 수는 없다. 리한나는 ‘런 디스 타운’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은 게임, 그러나 공정하지 않지.” 힘 있는 자들이 제멋대로 룰을 바꾼다. 소시민 히어로들은 공략법을 알아내지만, 규칙이 계속 같으리란 법이 없고, 다음 레벨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게임이 게임일 뿐인 이야기도 있다. ‘지뢰 글리코’에서 주인공 소녀 이모리야 마토는 말한다. “‘인생은 게임’이라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인간은 믿으면 안 돼.”
“신감각 두뇌 배틀 소설”을 표방하는 이 작품에서 고등학생들은 치열하게 게임을 펼치지만, 목숨같이 소중한 건 걸지 않는다. 계단 오르기, 카드 짝 맞추기, 가위바위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거리 놀이에 규칙을 추가한 변형 게임에서 이겨봤자, 축제 때 옥상 자리를 차지하거나 카페의 출입 금지를 해제하거나 하는 사소한 보상을 얻을 뿐이다. 마지막 카드 게임에는 큰 판돈이 걸리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지뢰 글리코’에서 인상적인 점은 학생들은 시작 전 규칙을 정하면 서로 의논하고, 그를 철저히 따른다는 것이다. 룰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 빈틈을 노리는 게 핵심이지만, 중간에 바뀌진 않는다. 이로써 ‘지뢰 글리코’는 순전한 두뇌 게임이 되며, 동시에 성장물이 된다. 어렸을 때는 세계는 규칙에 따라 흘러간다고 배운다. 설사 게임에서 져도 그 패배가 현실에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어른이 되기까지는. 고등학교 1학년 마토가 게임에 뛰어든 동기는 이 순수한 신념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친구가 불리해졌지만 내게 이롭다는 이유로, 남이 멋대로 규칙을 이용하는 것을 모른 척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룰메이커들이 저 높이 있는 한, 공정한 게임이란 환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규칙이 있으며 알아내면 이긴다는 기대도 버리지 못한다. ‘지뢰 글리코’는 생존 게임에 피곤해졌을 때 볼 만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 떠오른다. 보상이든 의미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같이 게임하는 게 재미있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시절의 이름이 청춘이었음을 새삼 기억한다.

박현주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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