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이번 샷” 벤 호건[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이한수 기자 2025. 7.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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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25일 85세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던 프로골퍼 벤 호건.

벤 호건(Ben Hogan·1912~1997)이란 이름은 2025년 다시 소환됐다. 프로골퍼 로리 매킬로이(36)가 4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55야드)에서 끝난 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연장 끝에 우승했을 때다. 매킬로이는 이 대회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란 스포츠 종목에서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일을 말한다. 골프에선 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이다. 매킬로이는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 골퍼가 됐다. 이전 선수로는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가 있다.

벤 호건이 195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오픈카 뒷자리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벤 호건이 최고의 골퍼로 평가되는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강인한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골프장 캐디 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 골프를 배웠다. 왼손잡이였지만 왼손잡이용 골프채를 구할 수 없어 오른손 클럽으로 골프를 쳤다. 1949년 중앙선을 침범한 버스에 운전하던 차량이 받히는 사고로 골반과 쇄골 등이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이 끝날 만한 사고였지만, 재활을 통해 1년도 되지 않아 이듬해 LA오픈에 출전했다.

골프장의 모든 팬이 대회 내내 그를 따라다니며 환호를 보냈다. 이 대회에선 연장전 끝에 준우승했으나 그 해 열린 US오픈에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호건은 타이거 우즈가 차량 전복 사고로 정강이뼈와 종아리뼈 등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고서도 1년 4개월만인 2022년 4월 마스터스에 복귀했을 때 다시 소환됐다.

우즈는 앞서 2018년에도 부상을 딛고 PGA 투어 정상에 올라 미국골프기자협회가 주는 ‘벤 호건 재기상’을 받았다.

벤 호건 부음 기사. 1997년 7월 28일자 30면.

벤 호건은 1997년 7월 25일 미 텍사스주 포트 워스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일보 스포츠면 사이드로 부음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그가 PGA투어에서 거둔 통산 63승(64승)은 샘 스니드(81회), 잭 니클로스(70회)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많은 것”이라고 썼다. 그와 플레이한 동료들은 그를 무서운 상대로 여겼다. 통산 81회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샘 스니드는 “골프 코스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번개와 벤 호건”이라고 했다.

호건은 흰 모자를 쓰고 늘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냉철하게 경기를 운영해 ‘매(The Hawk)’라는 별명을 얻었다. 174cm, 66kg로 크지 않은 체격이어서 복싱 밴텀급에 빗대 ‘밴텀 벤(Bantam Ben)’으로 불리기도 했다. ‘작은 아이스맨(The Wee Iceman)’이란 별명도 있었다.

벤 호건이 쓴 골프 교과서 'Five Lessons'.

호건이 쓴 골프 교본(‘Five Lessons: The Modern Fundamentals of Golf’)은 국내에도 번역돼 많은 골퍼들이 참조하는 고전이 되었다. 정치인 권노갑(95) 김대중재단 이사장은 60세가 넘어 골프를 배워 30여년간 필드에 나갔지만 100타 내외이다가 호건의 골프 교본을 읽고서 80~90타를 치게 되었다고 했다. 나이 90세가 넘어 오히려 골프 실력이 훌쩍 늘었다고 했다.

호건은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 연습할 때 100개 샷 중 하나라도 마음에 안 들면 새로 100개를 쳤다. 호텔방에서 퍼팅이 빗나가도 처음부터 다시 했다. 연습의 중요성을 아는 호건이기에 관련 명언도 많이 남겼다.

“더 많이 연습할수록 더 많은 행운이 따라준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알고, 사흘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이번 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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