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스틸러] 청춘의 꿈과 고민, 부드럽게 감싸는 커피…여름이면 떠오르는 얼음 가득 한잔

김보경 기자 2025. 7.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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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스틸러] (7)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핸드드립 커피
생계를 위해 남자로 위장해 카페 취직
바리스타라는 꿈을 발견하는 주인공
생두 선별·로스팅·추출까지 직접 체험
처음엔 신맛, 오래 볶을수록 쌉싸름해져
핸드드립 시, 물붓는 속도·양이 맛 결정
로스팅 직후 신선한 커피 향미 더욱 풍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카페 직원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장면 캡처

진한 초록 잎사귀가 길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눈부신 햇살은 골목을 조명처럼 비춰 모든 걸 반짝이게 한다. 이처럼 뜨겁고도 청량한 여름 감성이 밀려올 때면 혼잣말처럼 속삭이게 된다.

“여름이었다.”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이 계절의 기억 속에 콕 박혀 있다. 낡은 벽돌집을 개조한 카페, 각자의 사연을 안고 모인 청춘들, 그리고 얼음 가득 아이스커피 한잔까지. 방영 후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름이 되면 드라마와 함께 고소한 커피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드라마는 이선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공유·윤은혜·이선균·채정안 등 당대 푸릇한 청춘스타들이 등장한 로맨스 드라마다. 커피기업 재벌 3세 한결(공유 분)이 할머니의 권유로 망해가는 커피숍을 맡게 된다. 이 카페의 영업방침은 꽃미남 바리스타만 일할 수 있다는 것. 소녀 가장인 은찬(윤은혜 분)이 생계를 위해 남자로 위장하고 카페에 취직하면서 이들의 유쾌하고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너 좋아해.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어. (중략) 갈 데까지 가보자.”

한결이 은찬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이 명대사는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편견을 넘어선 진솔한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남장 여자’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갈등과 설렘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극에서 커피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고민과 꿈을 부드럽게 감싸는 역할을 한다. 은찬이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밤새워 연습하며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한결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또 카페 ‘커피프린스 1호점’은 각자 다른 개성과 사연을 가진 직원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연대의 공간이었다.

“참나, 여기가 다방인 줄 아나…. 배달민족이 어쩌다가, 여기도 배달, 저기도 배달.”

한결이 커피를 배달해달라는 손님 전화를 받고 고민하자 직원이 어이없다는 듯 툭 내뱉는 말이 인상적이다. 2000년대 초반, 커피 배달은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었다. 지금이야 커피 배달은 일상이고, 2000원으로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부터 콜드브루·스페셜티 커피까지 입맛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재미도 커졌다.

경기 부천 ‘오이르’는 당일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로스터리 카페다. 오이르(oÍr)는 스페인어로 ‘듣다’라는 뜻. 기형주 대표가 난청인 자녀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기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직접 생두를 골라 볶고, 핸드드립으로 커피 추출도 해봤다. 브라질·케냐·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 각 원산지가 적힌 깊은 통에 연둣빛 생두가 가득하다. 뚜껑을 여니 구수한 된장 같은 향이 코끝에 스친다.

(1) 기형주 ‘오이르’ 대표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2) 원두는 원산지뿐만 아니라 품종과 가공방식에 따라 분류된다.
(3) 핸드드립에 알맞게 원두를 굵게 분쇄한다.
(4) 신선한 커피에 물을 부으면 봉긋하게 올라오는 커피빵을 볼 수 있다.

“생두는 처음 보시죠? 만져보면 수분을 머금은 게 느껴져요. 품종과 생산지는 물론이고, 커피콩의 과육을 제거하고 가공하는 방식이 자연 건조한 ‘내추럴’인지 물로 씻어낸 ‘워시드’인지에 따라서도 향과 맛이 달라지죠.”

기 대표는 커피 로스팅을 ‘삼겹살 굽기’에 비유한다. 겉이 먼저 갈색으로 변하며 단맛이 나오고, 그다음 속까지 서서히 익어간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엘살바도르산 생두 250g을 샘플 로스팅 기계에 넣자 “차르르르” 귀 간지러운 소리가 들린다. 로스팅할 땐 온도에 집중해야 한다. 220℃로 예열된 기계의 온도계가 생두를 넣자 126℃까지 쭉 내려간다. 더이상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 부분을 TP(터닝포인트)라 하는데, 이 지점부터 점차 온도가 다시 높아지며 원두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200℃쯤 되자 “탁타닥!” 귀여운 팝콘 소리가 들린다. 원두가 익으면서 팽창하는 소리인 1차 크랙이다. 이때부터 각 원두 종류에 맞는 시점에 꺼내 맛을 살린다. 일찍 꺼낼수록 신맛이 강하고 오래 익힐수록 단맛과 고소함이 올라간다. 엘살바도르산은 “찌직” 하는 2차 크랙 직전까지 두는 것이 최적이라고 한다.

로스팅 단계 중 약강배전으로 만든 엘살바도르산 원두. 원두끼리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살살 저으며 식힌다.

10분 남짓 지났을까. 신선한 커피향이 공간 가득 퍼진다. 고소하다 못해 구수한 뻥튀기 냄새가 난다. 원두를 빼서 분쇄기에 넣고 갈아낸다. 곱게 갈아 에스프레소 기계로 끈적하게 뽑아 마셔도 좋지만, 원두의 원초적인 향과 깔끔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굵게 갈아 핸드드립으로 즐기는 게 좋다. 종이 여과지를 곱게 접어 드리퍼에 쏙 넣고 원두 가루를 평평하게 담은 뒤, 얇은 물줄기를 나선형으로 그리며 여러번에 나눠 천천히 붓는다. 이때 물을 붓는 양과 속도는 커피의 맛을 내는 레시피와 같다.

“테이블에 손을 올려 몸을 안정적으로 고정해보세요. 시계 방향으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물을 부어줍니다. 커피 가루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죠? 신선할수록 커피빵은 더 커져요.”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 부천=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원두 가루 사이를 타고 내려온 커피가 찰랑거린다. 커피에 따뜻한 물을 약간 더해 마셔보고, 얼음이 담긴 잔에 부어 시원하게도 마셔본다. 쌉싸래하지만 깔끔한 첫 모금 뒤로 호두, 볶은 땅콩, 호밀빵, 흑설탕 같은 향이 겹겹이 입안에 퍼진다. 커피도 와인처럼 맛의 층을 가진다. 이를 커핑(cupping)이라 하는데, 로스팅 직후의 신선한 커피일수록 그 향미가 더욱 풍부하다. 기 대표는 더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내려진 커피를 마구 휘저은 뒤 만들어진 거품을 걷어내고 마시면 좋다”고 팁을 전했다.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향긋한 커피 한잔과 커피프린스 1호점이면 이 여름의 감성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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