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슈] 역할 커지는 계절근로자…“농업·농촌 특성 맞춰 운용해야”
수요 급증…고용허가제 등 대체
비자 심사·등록 등 행정지원 미흡
플랫폼 구축…전산화·효율화 추진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협의 진행 중
선정 기관서 농작업 대행 방식 검토
노무관리 전문 민간 영역 육성 필요
현장 이해하는데 ‘농민신문’ 도움 커

농업분야 외국인력 지형도가 변화한다.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를 단기 계절근로자(E-8)가 대체하고 있는데, 그 수가 어느덧 1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제도 덩치가 커지면서 브로커 개입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 상당수 고령농의 노무 관리 역량이 뒤따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최근 김정도 법무부 출입국정책단장을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농업분야 외국인력 제도의 현실과 숙제를 물었다. 마침 국회에서 ‘출입국관리법’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농어업고용인력법)’이 잇달아 개정되며 계절근로자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출입국당국에서 농업분야 외국인력 정책을 운용하는 대원칙이 있나.
▶‘현장 수요’ 기반으로 ‘합법적’ 인력 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농업은 적기 인력 공급이 중요하고 기후 등 변수도 많은 산업이다. 이런 특성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과제다.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의 ‘협업정원’ 제도를 활용해 ‘농·어업 외국인력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농림축산식품부 등 타 부처에서 공무원을 파견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 TF 구성 후 계절근로자 제도에 변화가 많았는데.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많이 개선했다. 우선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최장 5개월에서 8개월로 늘렸다. 계절근로자 최저 근로 보장 기준을 ‘체류기간(일수)의 75%’에서 ‘주당 35시간’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 운용 때 폭염 등으로 인한 유휴인력을 농협 사업장 내 농산물 선별, 세척, 포장, 1차 가공 등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한 것도 변화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행안부 지침상 TF는 12월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 부처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상시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농업현장에서 계절근로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
▶농업분야에서 최장 9년8개월을 고용하는 고용허가제의 규모는 2023년 1만1979명에서 올해 5월 3662명으로 최근 3년간 크게 감소했다. 반면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 도입 인원은 같은 기간 2만8985명에서 4만8965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총배정규모는 8만6633명에 달한다. 이는 상시 근로자보다 단기 근로자를 고용하는 게 우리 농업의 특성에 더 부합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불법체류자도 계절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전체 불법체류자는 2023년 10월 4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6월 기준 37만명이었다. 농가 수요에 따라 계절근로자는 2023년 3만5604명, 올해 8만6633명 배정했으니 불법체류자 감소폭만큼 계절근로자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 그래도 여전히 농촌에선 불법체류자 의존도가 큰데 단속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농촌 인력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고 농번기에 전면적인 단속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다만 반복적인 단속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법무부는 농가가 불법체류자를 합법적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힘쓰겠다.
- 계절근로자가 늘면서 행정 수요도 커졌을 텐데.
▶그렇다. 하지만 비자 심사, 외국인 등록 등 행정인력은 충분히 확충되지 않아 농가와 근로자의 불편함이 큰 것도 사실이다. 현재 전국 출입국사무소 인력은 2750명으로 최근 5년간 17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공항·항만 위주로 배치됐고 농가와 직접 접촉하는 지역 출장소는 많이 늘지 않았다. 출장소는 접근성도 떨어진다. 대민 서비스 인력 확충과 함께 농촌 왕진버스처럼 이동식 서비스를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다만 계절근로자 관련 행정 절차를 전산화하기 위한 정보통신망(플랫폼) 구축은 진행 중이다. 연말에 완성되면 법무부와 농식품부·지방자치단체가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행정 효율화를 이룰 전망이다. 플랫폼 운용 근거는 최근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마련됐다.
- 바뀐 ‘출입국관리법’에 관심이 큰데.
▶내부 지침으로 운용되던 계절근로자 제도의 법적 근거가 2015년 제도 도입 후 10년 만에 마련됐다. 브로커에 대한 처벌 조항이 담긴 것이 가장 의미가 크다.
바뀐 법에 따라 지자체의 계절근로자 도입 업무를 지원할 전문기관도 지정·운영할 수 있게 됐다. 전문기관 역할은 공공성이 있는 곳에 부여할 계획으로, 기관의 구체적 역할과 조건 등을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용하는 농협에선 국민연금 등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데.
▶사회보험 적용에 관해 관계부처와 협의는 진행 중이다. 계절근로자에게 일반 국민과 같은 사회보험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아주 배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 계절근로자가 10만명인데, 이제 그들만을 위한 보험상품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마침 계절근로자 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어업고용인력법 개정안’이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을 근거로 대안이 나오면 관계부처 협의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 농업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 구상이 더 있다면.
▶공공형 계절근로제와 유사한 ‘농작업 위탁형 계절근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나 법인을 선정하고 해당 기관이 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의 농작업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고령 소농들에게 계절근로자 제도를 만들어놨으니 노무 관리까지 알아서 하라고 요구만 할 수는 없다. 계절근로자를 통한 농작업과 이들의 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민간 영역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저도 ‘농민신문’ 구독자다. 신문을 보며 농업이라는 산업뿐 아니라 농촌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정책을 추진할 때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도 농업과 농촌 특성에 맞는 외국인력 제도를 운용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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