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긴 암각화, 고래 배지만 물려줄 텐가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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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조선 민화의 까치 호랑이가 유행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K팝 걸그룹이 악령 위협에서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에 까치와 호랑이가 전령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까치 호랑이 의미를 파악하려 조선 민화를 전 세계에서 검색한다.
익살맞은 표정의 백호 머리 위에 까치가 앉아 있는 손톱만 한 배지는 영화가 아니라 조선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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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등재 7일 만에 완전 수몰
역사·문화 전하는 유산 보호 시급

19세기 조선 민화의 까치 호랑이가 유행이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영향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K팝 걸그룹이 악령 위협에서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에 까치와 호랑이가 전령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조선 민화에서 호랑이는 힘과 권력자를 상징한다. 까치는 민초다.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는 까치 호랑이를 그려 조선시대 신분 사회를 풍자했다.
미국 영화지만 수혜는 한국도 누렸다. 까치 호랑이 의미를 파악하려 조선 민화를 전 세계에서 검색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14일부터 판매한 ‘까치 호랑이 배지’는 품절이다. 6차 예약 판매분(2만3,900개)까지 순식간에 다 팔렸다. 익살맞은 표정의 백호 머리 위에 까치가 앉아 있는 손톱만 한 배지는 영화가 아니라 조선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영화 공개와 배지 판매가 우연히 들어맞았다.
200년 전 그린 까치 호랑이의 재발견뿐만 아니다. 6,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그려진 고래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2일 우리나라 최초 암각화인 국보 285호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이다. △인간 창의성으로 빚은 걸작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인 증거 등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했다. 1970년 12월 24일 발견돼 세상에 알려진 지 55년 만이다.
암각화는 울산 울주군 반구천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암면에 동물, 사람, 도구, 기하학적 무늬 등 600여 형상이 새겨진 그림이다. 특히 무리 지은 북방긴수염고래, 새끼를 등에 업은 귀신고래, 물 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 등 고래만 50마리가 넘는다. 고래사냥 전 제사를 지내고, 배를 타고 작살로 고래를 잡고, 사냥한 고래를 나누는 장면 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할 가치가 높은 세계유산이지만 수해를 입었다. 세계유산 등재 7일 만인 19일 쏟아진 비에 암각화는 일주일째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지역 주민 식수와 용수를 위해 1965년 하류에 건설된 댐의 수위가 폭우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암각화는 연평균 39일 물에 잠긴다. 세계유산 등재 소식에 암각화를 보러 간 이들은 탁월한 가치보다 보호할 가치를 목도했을 게다.
등재보다 중요한 건 보존이다. 보존하지 않으면 등재는 취소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보유국에 유산 보존 상태와 보호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6년 주기로 요구한다. 세계유산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견되면 해당국에 경고를 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린다.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등재가 취소된다.
유산이 없으면 역사와 문화도 없다. 유산은 유한한 삶을 잇는 수단이다. 암각화는 선사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후대에 전달한다. 선사인은 사슴과 멧돼지, 호랑이를 수렵하고 고래를 사냥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도구를 만들고 불을 피웠다. 배를 타고 교역하고 하늘에 감사하는 제사를 지내고 풍요를 기뻐하는 축제를 열었다. 암각화가 없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과거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선사 시대로 돌아가 암각화를 그릴 순 없다. 유산을 보호해야 할 이유다. 유산 보호는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를 사는 이들의 의무다. 고래 배지만 물려줄 텐가.
강지원 문화부장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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