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복’ vs ‘물복’ 뭐가 더 맛날까… 어떤 복숭아에 담긴 탄생 비화[이용재의 식사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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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복'과 '물복' 논쟁의 계절이다.
'딱딱한 복숭아'와 '물렁한 복숭아', 어느 쪽이 더 맛있는가? '딱복파'라면 이미 발끈했을 것이다.
딱복파와 물복파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이 복숭아의 일화를 소개해본다.
필자는 향긋한 즙의 물복을 조금 더 선호하고 사레가 들릴 정도로 딱딱한 복숭아는 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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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요즘 딱딱한 복숭아의 지분이 상당히 커졌으니, 나는 이 현상에 음모론의 양념을 약간 쳐서 이해하고 있었다. 토마토와 같은 사례로 본 것이다. 토마토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다 보니 이제 식재료보다 상품에 가깝다. 단단하게 품종이 개량됐고, 색이 파랄 때 조기 수확한다. 한여름의 ‘완숙 토마토’마저 맛과 향이 거의 없지만 우리는 이제 그런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먹는다. 복숭아는 토마토보다 더 무르고 약한 과일이다. 이 때문에 유통 과정을 더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해 야금야금 지분을 늘려 왔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복숭아를 좋아하는 바텐더로부터 ‘과일의 세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제보를 받았다. 좀 더 단단하게 세상에 태어나고자 지난한 여정을 겪은 품종의 이야기였다. 딱복파와 물복파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이 복숭아의 일화를 소개해본다.
1952년, 일본 농림청 산하 과수시험장에서 ‘하쿠토’와 ‘하쿠호’를 교배해 새 복숭아 품종을 개발했다. 새 품종에 ‘Re-13’이라는 이름을 붙여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12곳의 현에서 시험 재배했다. 1962년 후쿠시마현에서 첫 수확을 했는데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매우 좋았고 모양과 색깔도 흠잡을 데 없었다. 딱딱해 수확을 잘 견디지만 상온 후숙을 거치면 물렁해져 딱복과 물복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다만 과실이 작아 상품성이 떨어졌다. 규격상 5kg 상자에 18∼20개가 들어가도록 개당 250∼280g이 나가야 했다. 하지만 Re-13은 200g을 넘지 못했다. 과실을 더 키우고자 10년 이상 국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 결국 1971년 Re-13의 연구 및 실험이 종료됐다. 그중 후쿠시마현의 Re-13이 194g(1970년 기준)으로 가장 크게 자랐다. 포기할 수 없다고 본 과수시험장의 연구원 하라다 료헤이가 영농 후계자인 스즈키 신지에게 묘목을 인계했다. 이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었던 그가 모묙을 심어 3년 만에 수확한 Re-13은 200g을 훨씬 넘겨 단박에 상품성을 보장받았다.
비결은 비옥한 토양이었다. 비료를 많이 먹는 오이를 재배한 토양에 복숭아를 심자 과실이 크게 맺힌 것이다. 너무 물러질까 봐 복숭아를 키울 때 비료를 적게 주는데, 단단한 품종이라 잘 견뎠다. 그렇게 Re-13은 ‘아카쓰키’로 살아남아 수많은 복숭아의 조상이 됐다.
필자는 향긋한 즙의 물복을 조금 더 선호하고 사레가 들릴 정도로 딱딱한 복숭아는 멀리한다. 하지만 이런 탄생 비화를 듣고 나면 ‘깍두기’랄지 ‘쇠고깃국’ 같은 폄하의 시각은 거두고, 딱복이든 물복이든 제철일 때 하나라도 더 열심히 먹자고 다짐하게 된다. 이다지도 지독한 여름, 복숭아 맛있게 먹는 낙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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