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봄의 노래 - 신경림
남도일보 2025. 7. 25. 00:05

봄의 노래
신경림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쁜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울림이나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노래, 편지, 연설, 독서 등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의 영향이 크지만 궁극적으로 그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에서 시작하고, 사람에게 전달된다. 나는 화자일 수도 있고, 청자일 수도 있다. 응원하는 소리일 수도 있고, 따뜻한 미소일 수도 있고, 함께 흘리는 눈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람을 보아야 한다.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싶다. 그들에게 형식은 있을지언정 울림이나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 깊은 귀로 듣고, 더 밝은 눈으로 보고, 더 큰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