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마블의 개국 공신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라기엔 싱거운 귀환

백수진 기자 2025. 7.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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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41번째 레터는 24일 개봉한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입니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콕 집은 데다, 1960년대 배경에 미래 기술을 결합한 신선한 비주얼을 보여줘서 저도 기대가 컸는데요. 예고편에는 “제발 잘 뽑혔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더라고요. 다들 내심 마블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1961년 마블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판타스틱4’는 마블의 개국 공신과도 같은 슈퍼히어로 팀입니다. 경쟁사 DC 코믹스의 히어로 팀 저스티스 리그에 대항하기 위해 스탠 리와 잭 커비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히어로 패밀리’를 기획했죠. 슈퍼 히어로 장르의 침체로 위기를 겪던 마블에 ‘판타스틱4’는 커다란 전환점이 됐고, 블랙팬서, 닥터 둠 등 마블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며 마블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시 돌아온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의 무대는 1960년대 뉴욕. 대신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닌 평행우주 속 또 다른 지구-828이 배경입니다. 우주 방사능에 노출돼 초능력을 갖게 된 네 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파괴하려는 빌런 갤럭투스에 맞서는 이야기죠. 설정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줄거리에 예습이 필요 없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천재 과학자 리드 리처즈, 리드의 아내이자 강력한 에너지 장을 만들어내는 수잔 스톰, 온몸으로 뜨거운 화염을 내뿜는 조니 스톰, 바위처럼 단단한 몸과 괴력을 지닌 벤 그림까지. 수잔의 임신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이들 앞에 지구를 파괴하겠다는 갤럭투스의 예고가 도착합니다.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부제 ‘새로운 출발’까지 붙여서 나왔으니, 드디어 마블이 초심을 찾고 도약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요. 어벤저스의 조상 격인 ‘판타스틱4′가 등판했지만 마블의 부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페드로 파스칼(리드 리처드 역)과 바네사 커비(수전 스톰 역)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쓰고도, 이 영화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내질 못합니다. 팀 리더인 리드 리처드는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제시하는 해결책마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참 고뇌하다 해결책을 내놓는데, 천재다운 번뜩임은 보이지 않고 관객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남깁니다.

수전 스톰의 모성애는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역시 구태의연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수전 스톰이 출산하는 장면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출산 못지않게 뜨악했습니다. 출산을 통해 모성애를 보여주려는 연출은 게으르고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갤럭투스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리드와 수전 부부의 아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데, 온 세상과 아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가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질 않습니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던 애초의 기획의도와도 어울리지 않고요. 거대한 몸집에 행성을 집어삼켜버리는 신적인 존재 갤럭투스가 손바닥보다 작은 아기에 집착하는 설정 역시 썩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빌런 갤럭투스에 맞서는 액션 역시 개연성이 떨어지고 허탈하게 마무리됩니다. 불꽃 인간 조니 스톰을 제외하면, 다른 히어로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투 장면 전반이 싱겁게 흘러갑니다. ‘새로운 출발’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기발하기보단 진부한 전개가 이어집니다.

가족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희망찬 출발은 좋았으나, 결과물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마블의 마지막 희망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복귀작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될 것 같네요. 쿠키 영상에서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와의 연결 고리가 드러납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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