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중심서 다양한 문명 바탕 민족 정체성 각인

이수빈 기자 2025. 7. 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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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예술문화
카자흐스탄 '돔브라·아이티스'
우즈베키스탄 음악가 '바크쉬'
키르기스 등 3개국 카펫 눈길
몽골 '허미', 유목문화 나타내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광대한 내륙지역이다. 일반적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이 중앙아시아 국가로 인정된다.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동서 문명의 교차점이 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융합된 곳이다. 이들 국가는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유사한 배경을 공유한다. 이렇기에 예술문화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궤를 같이 한다.

이곳은 대부분 건조하고 사막이나 초원 지대로 구성된다. 유목민 전통이 우세하며 말, 양, 염소 등 가축 중심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 문화가 우세하며, 불교의 흔적도 존재한다. 소련 지배 영향으로 러시아 문화도 혼재한다.

몽골은 넓은 의미로 중앙아시아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공식 기구에서는 동북아시아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에는 몽골을 포함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예술문화를 알아보기로 한다.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돔브라 음악이 잘 알려져 있다. 돔브라는 두 줄짜리 현악기로 카자흐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통악기다. 돔브라 반주는 두 명의 즉흥시인이 서로 노래를 통해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아이티스(Aitys)에 쓰인다. 아이티스는 풍자, 역사, 사회문제 등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구연예술이다.

한편, '쿠이'는 돔브라 연주의 한 형태로, 카자흐 민족의 정신적 유산이자 자존심을 대표한다. '톡페 쿠이'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연주로 영웅적인 서사나 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하며, '셰르트페 쿠이'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개인적인 감정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지난 12일 부산 홍법사에서 열린 몽골 나담축제 모습. / 홍법사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는 '바크쉬' 라는 이야기꾼(음유시인) 겸 음악가가 있다. 우즈벡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여러 재밌는 이야기를 노래하듯 읊는 사람이며 보통 민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한다. 바크쉬는 '다스탄'이라 불리는 전통 서사시를 시와 노래를 섞어 구연한다. 이야기 주제는 전설 속 영웅의 모험, 사랑 이야기, 신화 등이다. '도타르'라는 두 줄짜리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며 말하듯이 또는 선율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 이야기를 외워서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내용을 변형하거나 추가하기도 한다. 지역별, 청중별로 맞춤형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크쉬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민중의 교육자, 도덕적 스승으로 여겨졌다. 또 일부 지역에선 치유자, 주술사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는 예술학교, 민속예술단 등을 통해 보존되고 있으며 국가 축제 등에서 공연된다.

이와 함께 우즈벡 전통 음악 중 하나인 '샤쉬마캄(Shashmaqam)'은, 유네스코가 인류 구전 및 무형 문화 유산의 일부로 인정할 만큼 독특하다. '샤쉬마캄'은 중앙아시아 고전 전통 음악 양식이다. 페르시아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심오한 예술 음악 체계로 평가받는다.

'샤쉬마캄'이라는 용어는 '6가지 모드'로 번역된다. 가수와 연주자로 구성된 앙상블이 연주하는 샤쉬마캄은 탄부르(tanbur, 긴 목 현악기), 리드미컬한 도이라(doira, 프레임 드럼)와 같은 전통 악기를 활용한다. 6가지 마캄(음악조성체계)로 구성된 정교한 구조의 고전음악 형식이다. 가사는 페르시아 시의 구절이나 수피 시인들의 신비주의 시를 바탕으로 한다.

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은 각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공예 작품이 눈길을 끈다.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펠트 카펫 '쉬르닥(Shyrdak)'은, 다양한 색상의 펠트 천을 사용해서 무늬를 만드는 모자이크 기법으로 제작된다. '쉬르닥'은 '꿰매다'라는 뜻의 '쉬리크(shyrk)'에서 유래했다. 이 카펫은 가정에서 중요한 요소였으며, 천막집의 단열과 장식, 결혼식, 집들이, 출산 등 다양한 행사에서 쓰였으며, 번영, 평화, 행복을 상징하며, 가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여성이 주로 제작하며, 판매용이 아닌 가족 대대로 물려주는 물건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양탄자(투르크멘 카펫) 예술은 수 천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카펫들은 5대 주요 부족의 고유한 특징을 나타내는 패턴과 기하학적 디자인이 특징이며, 투르크멘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손으로 짠 양모 카펫으로, 붉은색 계열이 주를 이루며 자연 염색 기술을 쓴다. 바닥재, 벽장식용, 의식용 등에 사용된다. 투르크메니스탄 국기에도 카펫 문양이 있으며 고급 양탄자는 고가 예술품으로 취급되며 인기도 높다.

타지키스탄의 '수자니(Suzani)'는 중앙아시아 지역 중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는 자수 공예품이다. '수자니'는 페르시아어로 '바늘'을 의미하는 '수잔(Suzan)'에서 유래했다. 주로 면이나 실크 직물 위에 면사나 실크사로 수를 놓는다. 다양한 자수 기법이 사용되며 특히 쿠칭(couching) 기법이 많이 활용되는데, 이는 장식용 실을 직물 위에 놓은 후 다른 실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침대 덮개, 커튼, 벽 장식, 기도 매트 등으로 활용되는데, 수자니 문양에는 부정적인 기운을 막고 행복을 기원하는 부적과 같은 마법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

몽골

몽골 예술은 유목생활의 색채와 대지의 기운을 담고 있으며, 티벳, 중국 및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고유 형태의 음악, 무용, 복식, 회화, 조각, 드라마, 필름, 공예 등이 발전해 왔다.

전통음악인 '허미(Khoomei, throat singing)'는 몽골의 광활한 자연과 유목문화의 정수를 잘 표현해 낸다. '허미'의 기원은 확실치 않다. 수백 년 전부터 몽골 고원과 투바 자치공화국에서 유목민 사이에 전승돼 온 구전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권에서 유사한 창법이 발달해 왔다. 유목민들은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동물 울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거나 그 소리를 통해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 허미를 구사했다고 전해진다. 초기에는 제례, 명상, 자연에 대한 찬미의 목적이 있었다.

허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소리를 동시에 내는 것이다. 기본 저음을 바탕으로 고음의 오버톤(배음)이 함께 울린다. 후두·목·입천장 등 신체기관 깊은 곳에서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를 동시에 내는 노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듣고 있으면 한 음으로 들리지 않고 두 개 이상의 음이 배와 목을 통해 동시에 발성되고 휘파람소리도 함께 들리는 느낌이 든다. 허미는 몽골에서 단순한 음악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조화, 정신과 명상의 통로로 여겨진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며 일부 가수들은 수행의 자세로 노래한다.

몽골의 전통 가면 무용 '참(Tsam)'은 몽골의 정체성과 불교 신앙을 함께 보여주는 상징적 예술 형태다. '참'은 몽골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신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춤을 춘다. 악귀를 쫓고 인간의 업장을 씻고, 중생 구제 등의 목적으로 하는 종교 의례로 여겨진다.

한편, 나담축제는 몽골에서 중요한 국가 축제다. 유목민 문화와 민족 정체성, 몽골 제국의 전통이 집약된 축제로,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표 행사로 자리잡았다. '나담'은 몽골어로 '놀이', '경기'를 뜻한다. 매년 7월 11~13일 몽골의 국경일과 연계해 열린다. 나담 축제에선 말타기와 활쏘기, 전통씨름이 열린다. 남녀 모두 '델'이라는 전통 유목 의상을 입고 참여하며 전통 악기와 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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