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사는 것에서 진정한 ‘공존’으로[책과 삶]
백진 지음
효형출판 | (상) 208쪽, (하) 235쪽
각 1만9000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우리가 왜 도시를 만들어 모여 살게 되었는지’를 질문한다.
그는 개인, 가족, 씨족, 부족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결핍에 대한 자각이 인간을 모여 살게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도시의 사람들을 묶어내는 것은 ‘정의’라고 했다. 정의와 도시라는 단어가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의(justice)의 어원인 ‘just’가 뜻하는 ‘적절함’을 대입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풀이한다. 도시는 상반된 극단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고 해야 한다는 것.
즉, 도시는 계층·성별·세대·가치관·경제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레 융화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권에 나뉘어 도시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 20편이 실렸다.
(상)편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르네상스 중심지 이탈리아 시에나, 근대의 프랑스 파리와 현대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스를 두루 탐방한다.
성곽도시가 왜 사람들을 뭉치게 만드는지, 폭력적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개조된 도시 파리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작가 이상은 왜 일본 도쿄 긴자거리에서 ‘남루함’을 느꼈는지를 논한다.
(하)편은 본격적으로 한국의 서울을 무대로 현대 도시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한다. 서울은 현대판 대로가 조선시대의 골목길을 맞닥뜨리는 ‘기이한 공존’이 있는 곳이다. 이는 도시의 역동성을 만든다. 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를 걸어 잠그고, 지역의 ‘급’을 나누며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살겠다’고 외쳐댄다.
저자는 “단절된 섬처럼 거대한 건물들, 자물쇠를 걸어 잠근 단지들, 운동장처럼 휑한 주차장”의 단조로움을 말하며 이러한 도시에선 “편견이 배양되고 상상력은 빈곤해진다”고 경고한다. 도시에서의 진정한 공존을 고민케 하는 책이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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