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와의 대면…한국과 일본은 왜 다른 선택을 했나[책과 삶]
박훈 지음
어크로스 | 352쪽 | 1만9800원

한국이 그랬듯 일본에도 서구 열강과의 대면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거대한 증기선과 총포, 개항을 요구하며 벌이는 과격한 언동들은 잠잠했던 일본 사회에 충격을 가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과 다른 결정을 내린다. 시모노세키 등 주요 항구를 개방하며 서양 문물을 적극 받아들인 것이다. 흥선대원군을 주축으로 한 조선 정부가 개방에 저항하다 불리한 조약을 체결한 것과 대비된다.
왜 일본은 한국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한국인의 눈으로 본 근대 일본의 역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19세기까지 일본은 일종의 군벌 사회였다. 국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천황과 별도로 무력을 중심으로 한 막부와 쇼군이 나라를 다스렸다. 강한 수직관계 덕에 개항 논의는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막부의 허가 아래 상업적 번성도 빠르게 퍼졌다.
개항 이후 서양 열강의 자극은 일본 정치판을 뒤집어놓는다. 천황은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칼끝으로 세운 정권은 다른 사무라이들의 칼에 무너져내렸다. 죽음과 복종만이 남은 싸움에서 서양 열강의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마주한 일본은 “서양에서 배워 무역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자”는 말로 시작해 “그러면 점차 전 세계가 일본의 위엄에 복종하게 될 것이다”라는 정복 논리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개항부터 패전까지 근대 일본의 역사를 복합적으로 엮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이라는 수식어는 감정적이라거나 피해자의 관점에서 썼다는 말이 아니다. 같은 바다를 공유하는 처지로서, 일본 근대 정치의 변화를 한국과 비교해 구체적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역사적 진술 사이 사족처럼 끼어 있는 저자의 의견은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바라볼 기회를 준다.
교토 사무라이들의 격정적인 싸움과 이들의 무덤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현재는 이들의 무덤에 근대 전범들까지 묻혀 있다는 식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 교육, 상업을 넘나드는 서술에서는 일본 역사학자인 저자의 입체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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