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지구 관찰기…인간, 그 애처로운 모순[낙서일람 樂書一覽]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 김지원 옮김
은행나무 | 448쪽 | 1만9000원

보이저 1호가 우주로 향하고 영화 <스타워즈>가 탄생한 1977년, 아디나 조르노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인간’ 여자아이로 태어난다. 아디나는 어릴 적 겪은 낙하 사고를 계기로 자신이 외계인임을 자각하고 팩스 기계를 통해 지구 관찰 일지를 고향 별로 전송하기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며 덧니와 근시가 있고 온갖 소리에 민감하며 비틀스를 싫어하는 ‘외계인’ 소녀로 자란다.
‘지구에서 태어난 외계인이 쓴 인류 관찰 보고서’라는 책 소개 문구답게 소설은 아디나의 생을 따라가며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그려낸다. 록과 힙합 음악, 인기 드라마 <프렌즈>를 비롯해 9·11 테러 등 1970년대 이후 미국 사회의 문화와 사회 정치에 격변을 일으킨 사건들이 아디나의 눈을 통해 다양한 풍경으로 책 속에 담긴다.
“영화관에서 먹을 공식적인 음식을 고를 때 인간은 무화과잼 쿠키나 캐러멜처럼 조용한 음식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팝콘을 골랐습니다” “오노 요코가 비틀스를 해체하게 했다는 비난은 곧 하나의 제도가 됐어요. 거기에는 위계가 있고, 농담이 있으며, 고유의 언어와 정기간행물, 그리고 결코 의심하지 않는 신봉자들이 있어요”처럼 위트 실린 문장들을 그는 고향에 전송한다.
아디나는 오랫동안 고향에서 내려온 지령에 따라 지구를 관찰하고 답을 보낸다. 이야기의 마지막 “지구를 한 단어로 요약하라. 작동을 중지하라”는 통신을 받는다. 작동 중지는 인간의 관점으론 생의 종결이다. 그의 지구에서의 삶이 마무리되는 순간, 아디나는 자신이 “지구를,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인간이 있던 행성을 그리워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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