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기남부청 오지용 총경 “조직위해 문제의식 공유를…가족 믿음·동료 응원 큰 힘”

김혜진 기자 2025. 7. 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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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반대'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인사상 불이익…2년여 만에 '명예회복'
“국민안전 지키는 직업, 걸맞는 처우를”
▲ 오지용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이 인터뷰를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애들은 '아빠가 옳은 일을 했구나'라고 믿어줬고 아내도 묵묵히 곁을 지켜줬어요. '속으로 응원했다'고 말해준 동료들도 있었고요. 그런 게 참 큰 힘이 됐죠."

<인천일보 6월30일자 6면 경찰청, 경찰국 신설 반대 총경 명예회복 추진>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했던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은 지키지 않고 시행령 개정으로 경찰 인사·지휘 등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경찰국을 신설했다. 사실상 정치 권력에 대한 경찰 종속을 심화할 수 있는 조치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자발적으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는 전국 총경 3분의 1에 달하는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지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은 단 한 명, 당시 수사과장이던 오지용 총경(현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이었다.

지휘 체계가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집단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총경 회의를 앞두고 지휘부는 '해산 지시'를 내렸다. 참석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오 총경은 24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할 때부터 안 가는 게 좋겠다는 말이 들렸고 참석자도 많지 않을 거라고 했다"며 "그래서 나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치 권력에 휘둘리는 '청부 수사'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고 했다.

회의 참석 이후 그 다음 해 그는 세종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으로 발령났다. 수원에서 지내다 낯선 지역에서 주말부부 생활이 시작됐다. 경정 계급이 맡던 자리에 총경을 보낸 것은 모욕감을 주려고 한 명백한 인사상 불이익이었다.

오 총경은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 낸 많은 동료들이 하위 직급으로 가는 등 불이익을 겪었기에 가장 아픈 조치였다"고 했다.
▲ 오지용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이 인터뷰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오 대장은 윤석열 정부 '경찰국 신설' 반대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참석해 인사 불이익을 겪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년여간 외롭고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결국 곁에 있는 사람들 덕이었다.

그는 "그때 성인이었던 자녀들은 제가 소신대로 한 일이란 걸 알아줬고 아내는 판단을 묻지 않고 믿어줬다"며 "당신 생각대로 한 걸 응원한다고 해줬다"고 했다.

다만 주변 시선은 엇갈렸다. '왜 공무원이 정치적 행동을 하느냐', '무모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꼭 필요한 말을 했다'고 응원해준 동료들도 있었다.

그는 지금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돌아가도 그 자리에 가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했다.

오 총경은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할 말 못 하면 주눅들지 않겠나. 스스로든 조직을 위해서든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경찰청은 경찰국을 '법적·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한 조직'이라고 공식화하고 총경 회의 참석자들의 명예회복 조치를 내놨다.

오 총경은 2년 만에 명예회복에 대해 "뒤늦은 조치라도 다행이지만 또다시 경찰 중립성·독립성을 해치는 정책이 나온다면 경찰청은 과연 입장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조직 발전을 위해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회피와 침묵만으론 달라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경찰 조직의 현실도 짚었다.

오 총경은 "경찰은 이웃을 돕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직업인데도 야간 근무, 위험 업무를 해도 그에 걸맞은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수성이 있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좋은 직업인데 그 가치를 이어가려면 여건들도 마련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지용 총경 프로필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공주사대부고를 졸업하고 경찰대 5기로 1989년 임용됐다. 이후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단양경찰서장, 경기북부경찰청 동두천경찰서장과 수사과장, 경기남부경찰청 이천경찰서장과 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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