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 논란 소비쿠폰 ‘땜질 처방’…광주시민 ‘분노 폭발’
선불카드 뒷면 고유번호까지 덮자
펜으로 표기해 또 다시 신분 노출
“임기응변 대책 취약층 두번 울려”
일선 공무원 철야 작업 피로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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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커 붙여 색상 교체 지난 23일 밤 광주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색상을 교체하고 있다.(사진 上) 24일 같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스티커를 부착한 후 교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사진 下) /김애리·주성학 기자·조영권 인턴기자 |
<속보>광주지역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색상 구분 파문’(본보 7월22·23·24일자 1면)이 광주시의 후속 대책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광주 소비쿠폰 ‘색상 구분’ 일파만파]준비부터 지급까지 광주시 ‘내부 필터링’ 전무>
ㄴhttp://kjdaily.com/1753356012660649002
<관련 기사 - 행안부 장관 “소비쿠폰 취약층 노출 안돼” 재차 지시>
ㄴhttp://kjdaily.com/1753356009660644002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와 시정 지시에 따라 광주시가 스티커 부착 방식으로 카드 색상 변경에 나섰지만 또 다시 사용자의 생활상이 노출되는 ‘땜질 처방’에 머물러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8시40분께 찾은 광주 지역 한 동 행정복지센터의 직원들은 소비쿠폰 선불카드 배부에 앞서 카드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전날과 달리 이날 제공될 선불카드는 전면과 후면이 모두 분홍색이었다. 다만 대다수 카드는 전면 하단에 18만원이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일부에는 금액 표시가 없었다.
전면에 금액 표시가 없는 카드의 경우 후면 고유 번호 16자리 등을 공무원들이 스티커 위에 일일이 펜으로 적으면서 본래 분홍색 카드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오전 9시께부터 배부가 시작된 후 이를 받아든 시민들도 본 카드와의 차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맞느냐”고 묻자, 담당 공무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정이 있었다. 사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이날 선불카드를 수령한 주부 최모(51)씨는 “카드 번호가 펜으로 쓰여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심히 보니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며 “뉴스에서 소득에 따라 카드 색상이 구분된다고 봤는데, 스티커로 덮겠다는 건 도대체 무슨 발상이냐. 펜으로 번호를 적은 카드 역시 신분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 두 번 우롱당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이모(76)씨는 “마그네틱 부분에 붙은 작은 스티커는 몇 번 쓰다 보면 떨어질 것 같다”며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날 강기정 광주시장이 ‘소비쿠폰 선불카드 색상 구분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에 스티커 부착을 통한 ‘수정 작업’을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실제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에선 자치구 공무원들이 초록색·남색 선불카드에 분홍색 스티커를 부착하기 위해 철야 작업을 벌였다.
전면 1개와 후면 2개로 나뉜 스티커 부착 작업은 차상위·한부모가족(초록색), 기초생활수급자(남색)에게 발급한 선불카드를 상위 10%·일반 시민에게 지급한 카드 색상인 ‘분홍색’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다.
스티커 부착 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책임 소재가 광주시에 있음에도 일선 자치구 공무원들에게 스티커 부착 업무를 전가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듯 광주시는 소속 공무원을 동 행정복지센터마다 급파했으나 이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치구의 요청을 받고 스티커 부착 작업에 투입된 자원봉사자들도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긴 마찬가지였다.
자원봉사자 김용순(65·여)씨는 “인권도시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 번, 두 번만 더 생각하고 준비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행정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특히 시민이 직접 사용하는 소비쿠폰은 시행착오가 없도록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치구 공무원 A씨는 “색상 논란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부분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은 채 임시방편으로 덮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처음부터 계획을 제대로 세웠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과연 이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자치구 공무원 B씨도 “이의 신청, 항의, 문의는 모두 현장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며 “광주시에서 저지른 행정 실수로 우리가 이렇게 야근까지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안재영·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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