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산 옹벽붕괴 사고의 비극

지난 16일 오산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장마가 온다온다 하면서 뜸을 들이더니, 결국 올 것이 왔다. 진작부터 모였던 오픈채팅방에서 이날 아침부터 시청과 경찰, 소방 등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의 동지들은 더욱 긴장을 했다. 온종일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고 실시간으로 서로에게 위험신호를 알렸으며, 때론 현장에 모여 대책을 고민하고 대응했다.
이날 오후 4시도 그랬다. 고가도로 위 포트홀의 위험을 알린 건 경찰이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시 도로정비팀이 곧 현장에 도착했다. 전날 국민신문고 민원을 전달받아 보수 계획을 세워둔 곳이다. 경찰과 시 직원들은 현장을 살폈고 포트홀이 발생한 차로를 통제한 후 보수를 시작했다. 비는 계속 내렸고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고가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이 위험할 수 있다고, 현장의 그들은 판단했다. 5시께, 고가도로를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하부구간도 살펴봐야겠다 싶어 아래로 향했다. 그때 동분서주하던 그들의 눈앞에서 옹벽이 무너졌다. 저녁 7시9분,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민의 퇴근길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의 수고는 이제 수사의 대상이 되었고, 그날의 동지는 살기 위해 처절하게 버려야 하는 적이 되었다.
지난 16일의 장면을 곱씹어보면 새드무비다. 현장의 그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발생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는 게 맞다. 옹벽이 붕괴된 것은 애초 지어질 때의 비극일 수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비극일 수 있다. 어쩌면 총체적 비극일 수 있다. 그런데 수십만톤의 흙으로 단단하게 세워진 옹벽이 무너진다는 건,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다. 본질은 무너지지 말아야 할 것이 무너진 것이다. 그 본질을 따져물어야 하는 게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돌을 던지는 건 쉽다. 그렇게 유야무야 지나면 내년에 또 다른 어딘가에서 무너지지 말아야 할 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또 평범한 이웃의 퇴근길을 지킬 수 없을지 모른다.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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