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열 받은 지구- 박여진(편집부 차장대우)

박여진 2025. 7. 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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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들의 관심사는 곤충이다.

얼마 전 책을 보여주며 비단벌레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더니 "근데 엄마, 얘는 잡으면 안 돼, 멸종위기종이야" 그러면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틀지 말자고 한다.

곤충 친구들이 자꾸만 더워지는 지구에서 사라진다며.

비단벌레와 공존하는 지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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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아들의 관심사는 곤충이다. 얼마 전 책을 보여주며 비단벌레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더니 “근데 엄마, 얘는 잡으면 안 돼, 멸종위기종이야” 그러면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틀지 말자고 한다. 곤충 친구들이 자꾸만 더워지는 지구에서 사라진다며. “그러자”고 대답한 엄마는 오늘도 회사에 나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열 받은 지구’에 관한 또 하나의 기사를 받아든다.

▼기후 변화에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난 곤충도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러브버그’로 불리는 외래종 곤충이 대거 출몰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기온 상승이 이어질 경우 2070년쯤 한반도 전역에서 러브버그가 번성할 것이라고 한다. 러브버그 외에도 도시를 떼 지어 습격할 가능성이 있는 곤충 종이 이상기온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

▼폭염, 산불, 홍수 등 기후 재난도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유럽은 연일 40도를 넘나들고, 세계 곳곳이 극단적인 날씨에 시달린다. 경남 지역도 최근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산청은 지난 3월 대형 산불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상처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계절의 예측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여름철 재난 대응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챗GPT 등 AI는 2035년 우리나라의 여름이 지금보다 훨씬 덥고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철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1.5~2도 상승하고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극한 고온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의 선택이 내일을 바꾼다고 한다. 일단 텀블러를 사용하고 계단을 이용해 봐야겠다. 모든 것은 일상의 작은 것에서 비롯되니까. 비단벌레와 공존하는 지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박여진(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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