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못 뗀 ‘윤희숙 혁신위’…전대 블랙홀에 좌초되나
지도부·당권주자 모두 외면…김문수 “혁신안 받으면 의석 30~40석은 빠져나가”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국민의힘 쇄신을 위해 닻을 올린 혁신위원회가 출항 2주 만에 난파될 위기에 처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전당대회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혁신위는 실질적 역할도, 당내 발언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치적 변방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혁신위가 다음 달까지인 활동기간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우여곡절 끝에 두 차례나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혁신위는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포함(1호안)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2호안) ▲당원소환제 강화(3호안) 등 3개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이날 의총에서도 혁신안에 대해 윤희숙 위원장과 지도부 간 평행선만 달렸다는 후문이다.
혁신위와 지도부 간 엇박자가 표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7일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에 대한 반응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비공개 회의 때 있었던 얘기니까 그냥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당내 비판이 이어지자, 다음 날인 18일 혁신위 이후 회의에는 윤 위원장이 아닌 호준석 대변인이 대신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본격화하면서 혁신위 추진력은 더욱 떨어진 모습이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아 혁신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부에 혁신안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권 주자들이 혁신위를 직격하고 있는 점도 혁신위가 동력을 잃어가는 요인 중 하나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윤희숙 혁신안'을 받으면 국민의힘 의석 30~40석은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며 "100석이 무너지면 개헌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기 집권 길이 열린다"고 혁신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힘을 키우고 지지도 높이는 쪽으로 혁신을 해야지, 당이 깨지는 쪽으로 혁신하는 것은 자살"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장동혁 의원도 "혁신은 '탄핵의 바다'가 아니라 계엄의 원인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보수 궤멸의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내부 총질'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내부 총질과 탄핵 찬성으로 윤석열 정부와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민주당이 만든 '극우'라는 못된 프레임을 들고 와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이제라도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단일대오로 만들어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윤 위원장조차도 "혁신위 동력이 꺼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연합뉴스에 "전대가 시작되면 혁신안 논의는 중단되는 것"이라며 "전대 일정 때문에 서둘러서 혁신안을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혁신위 동력이 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1호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대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전대 이후 '컨벤션 효과'가 아니라 '디컨벤션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혁신위 vs 지도부' 갈등 전례 반복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위가 다음 달 31일까지인 활동 기한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출범한 혁신위 역시 지도부·중진·친윤(親윤석열)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가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2주가량 일찍 문을 닫았다
윤 위원장보다 먼저 혁신을 시도했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윤희숙 혁신위'의 실패를 점치고 있다. 인 전 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윤희숙 혁신위가 방향을 잘 못잡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실패"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추락했기 때문에 아마 의원총회 하면 (혁신안이) 안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내가 비대위원장을 할 때도 원내대표가 혁신위를 만들어서 여러 가지 혁신 방안을 만들겠다고 해서 진정성만큼은 믿어보려고 했는데, 두 차례의 혁신위가 좌초되는 것처럼 보이면서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며 "의총에 참석했던 여러 의원이 '굉장히 절망적이다' '우리 당이 이렇게까지 혁신을 의지가 없는지는 잘 몰랐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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