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선 이렇게 밝고 빛나는데…아이들 아픔에 귀 기울여 줄래요?

조봉권 선임기자 2025. 7. 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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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토록 생기 넘치고 등장인물은 빛나게 성장하는데, 이 모든 게 다 저승에서 펼쳐지는 사연이라니.

주인공 청소년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삶을 한껏 활기 있게 살아볼 기회는 정말로 없는 걸까? 장편소설 '천사가 죽던 날'(도토리숲)을 최근 펴낸 소설가 김옥숙을 당장 만났다.

작품 속에서 '저승의' 아이들은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아이들은 끝내 저승에 오고서야 비로소 굳이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여러 개 여러 번 있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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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숙 소설가 ‘천사가 죽던 날’

- 가슴 속 사연 묻어둔 주인공들
- 죽고 나서야 털어놓으며 성장
- 이미 끝나버린 삶에 상실감도

이야기가 이토록 생기 넘치고 등장인물은 빛나게 성장하는데, 이 모든 게 다 저승에서 펼쳐지는 사연이라니. 주인공 청소년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삶을 한껏 활기 있게 살아볼 기회는 정말로 없는 걸까? 장편소설 ‘천사가 죽던 날’(도토리숲)을 최근 펴낸 소설가 김옥숙을 당장 만났다.

소설가 김옥숙이 새 장편소설 ‘천사가 죽던 날’을 들어 보이며 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작품 속에서 ‘저승의’ 아이들은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누가 제발 내게 말 좀 걸어 줘! 속으로 빌었지만 아무도 내 곁에 다가오지 않았어.”(154쪽) “이렇게 누군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낼 친구 한 명 없다는 게 슬펐어.”(168쪽) “얼마나 무섭고 막막하고 절망스러웠을까.”(171쪽) “전부 다 이해받은 느낌이 들었어.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줘서….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173쪽) “내 이야기 듣고 울어 주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기해.”(135쪽)

아이들은 끝내 저승에 오고서야 비로소 굳이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여러 개 여러 번 있었음을 느낀다. 우리 사회 어른들은 대체 뭘 한 걸까? 이 장편소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저승사자 최녹사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말도 들어보고 가자.

“다시 살 순 없지만, 오늘 밤 너희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줄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도 못했지? … 단 한 사람에게만 갈 수 있어.”(198쪽) “네 말이 맞아. 모든 비극은 잘 듣지 않아서 생기는 거야. … 귀를 기울이는 게 바로 사랑이야.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을 구할 수 있어.”(203쪽)

김옥숙 소설가는 2003년 제12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로 장편소설 ‘식당사장 장만호’(2015) ‘흉터의 꽃’(2017)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2019) ‘배달의 천국’(2023)을 펴냈다. 저서 목록에 단편소설집은 없다. 이건 드문 경우다. 소설가로 등단하면 대개 단편소설집부터 낸다. 장편소설은 쓰기도 어렵다. 몇 년 동안 영혼을 갈아 넣어야 겨우 장편소설 한 편 쓰는 게 보통이다.

김옥숙의 장편소설은 사회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고 부조리를 단호하게 드러내는 강렬한 리얼리즘 면모를 보였다. ‘배달의 천국’에선 배달 라이더의 삶과 이 업계 생태계가 훤히 드러난다. ‘식당사장 장만호’에선 불황 속 소상공인의 숨막히는 현실이 손에 잡힌다. ‘천사가 죽던 날’은 판타지 장치를 바탕에 깐 점에서 좀 다르게 다가왔다. 무대 자체가 저승이다. 김 작가는 “청소년의 아픈 현실에 오래 관심을 기울였다. 생기 있는 전개를 염두에 두고 판타지 장치 등을 바탕에 깔았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엄청난 활력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안긴다. “내가 뱀 머리 귀신이 되다니!”라고 외치며 숨넘어갈 듯 방방 뜨는 수호, 완벽한 아이 현성, 해로운 아이 로운, 가짜로 웃는 아이 채은, 청소년 도박에 제대로 걸려들었던 수호(앞에서 방방 뜨던 그 수호)는 저승에서 만나 데면데면하다가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선사한다. 근데 이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이미 저승으로 간, 돌이킬 수 없는 존재란 사실은 큰 상심과 당혹을 준다.

“주인공 수호가 남 이야기를 못 듣는, 한 번도 끝까지 남 얘기를 들어본 적 없는 아이로 나오지 않습니까? 이 소설을 쓰며 보니 저 또한 자녀들에게 수호 비슷한 사람이었더군요. 크게 깨우쳤고, 아이들에게 고마웠습니다.” 김 작가는 “이 작품 집필 과정에서 만든 관련 파일이 100개가 넘더라. 상담 현장과 언론 보도, 교육 현장 등에서 치열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썼다”고 소회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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