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퇴직금의 연금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행석 법무법인 노동법률 전문센터장·전 고용노동부 수석 근로감독관 2025. 7.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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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퇴직급여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퇴직일시금 중심의 기존 퇴직금 관행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전(全) 사업장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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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석 법무법인 노동법률 전문센터장·전 고용노동부 수석 근로감독관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퇴직급여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퇴직일시금 중심의 기존 퇴직금 관행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전(全) 사업장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퇴직연금공단을 신설하고, 3개월 이상 재직자까지로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정책 방향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퇴직연금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퇴직금 체불 문제는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필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수많은 퇴직금 체불 사건을 목격해왔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나 음식점, 소규모 제조업체 등에서는 퇴직일시금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지급이 수년간 지연되는 사례가 흔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렵게 퇴직금을 수령하더라도 대부분의 금액이 생활비나 채무 상환에 급하게 사용된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고령 근로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퇴직금이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현재 국민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서는 별도의 소득원이 필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의 26.4%에 머무르고 있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률은 10.4%로 극히 낮다.

퇴직연금공단 신설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할 정책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공단을 통해 영세사업장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저비용·공공 중심의 운용체계를 마련하며, 근로자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영세사업장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단순한 의무화만으로는 사업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둘째, 공단은 단순한 창구역할을 넘어 가입 유인을 제공하고,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 교육과 상담체계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저소득층 근로자는 제도의 구조나 이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안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운용과 수익률 보장이 필수다. 수익률이 낮거나 연금 지급이 불안정하다면, 근로자들은 여전히 일시금 수령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퇴직금은 단지 ‘퇴직 때 주는 돈’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의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사회적 안전망이자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기초 자산이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 제도 개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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