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상처·슬픔 무대에 담았다…세명고 가온누리, 관객 심금 울려

제34회 경북청소년연극제가 지난 6월 7일 포항아트센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포항 세명고등학교 연극부 '가온누리'가 선보인 창작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가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울리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작품은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0일, 중국 간도의 일본군 위안소에 남겨진 세 소녀 봉기, 금주, 손이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겪는 갈등과 고통을 무대 위에 담아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과거의 상처와 냉혹한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세 소녀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묵직한 감동과 성찰을 안기며 큰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 학생들이 기획부터 대본 집필, 연출, 무대 연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끈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본 집필 단계에서 권현주 학생을 비롯한 연극부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본질과 피해자들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기 위해 수차례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 이어 수개월에 걸친 대본 수정과 장면 구성, 세밀한 연기 연습이 더해져 높은 예술적 완성도와 강렬한 메시지를 갖춘 무대가 탄생했다.
연출을 맡은 권현주 학생은 "과거의 상처를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 소비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묻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연자 6명과 스태프 4명은 각자의 역할을 넘어 연극 전체의 방향성과 표현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공동 창작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극은 대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선에서는 최우수연기상(2학년 사유경-포항시장상), 우수연기상(2학년 김아중), 무대기술상(2학년 이혜원)을 수상했고, 본선에서는 최우수연기상(2학년 천민경-경북교육감상)과 이를 지도한 조태호 교사가 지도교사상을 받으며 연극부의 열정과 역량을 입증했다.
2016년 창단한 세명고 연극부 '가온누리'는 '세상을 밝히는 큰 세상'이라는 이름처럼, 매 작품마다 시대를 성찰하고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 역시 기억, 연대, 그리고 회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공감을 잇는 의미 있는 여정으로 자리했다.
정인보 세명고 교장은 "학생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역사와 공감, 그리고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무대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창작한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예술을 통해 세상의 아픔과 마주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특별한 경험으로 기록됐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 또한 긴 여운과 깊은 감동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