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서 750조 받아 멋대로 투자하고 이익 90% 갖는다...전례 없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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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상 타결엔 5,500억 달러(약 750조 원)에 달하는 일본 측의 막대한 투자 약속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금을 모두 지원하고도 투자처 결정권이 없는 데다 수익도 10%만 가져갈 수 있어, 사실상 거액의 '백지수표'를 발행하기로 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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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조 투자하고 수익 90% 넘겨주는 방식
트럼프가 즉석에서 협상 조건 조정한 듯

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상 타결엔 5,500억 달러(약 750조 원)에 달하는 일본 측의 막대한 투자 약속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금을 모두 지원하고도 투자처 결정권이 없는 데다 수익도 10%만 가져갈 수 있어, 사실상 거액의 '백지수표'를 발행하기로 한 셈이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일본의 5,500억 달러 기금 투자에 대해 "일본은 미국에 (투자 대상) 프로젝트를 선정할 능력을 줄 것"이라며 "대통령이 '미국에서 항생제를 만들자'고 말하면 일본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우리는 그 프로젝트를 운영할 사업자에게 줄 것이며, 이익의 90%는 미국의 납세자가 갖고 10%는 일본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역 협상 조건이다. 무역 역사학자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전 대통령들도 외국의 대미 투자를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아는 한 투자가 미국의 의사에 따라서만 이뤄지도록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후 엑스(X)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초기에 협상단이 제시한 조건은 최종 발표 내용과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상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판에는 투자 규모가 '400B(4,000억 달러)'로 표시돼 있는데, 여기서 '4'가 펜으로 그어지고 그 위에 '500'이라는 숫자가 수기로 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직접 숫자를 고친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의 투자 수익 환수율도 50%에서 90%까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이튿날 5,500억 달러 규모 기금을 '사이닝 보너스'(계약 시 추가로 지급하는 일회성 인센티브)라고 칭하며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관세율을 낮춰주더라도 미국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금 조성이나 투자 방식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자본과 대출, 대출 보증이 모두 포함된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측은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보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측에서는 미국 기업에 대한 출자가 포함된다고 밝혔다"며 "아직 공식 문서에 서명한 건 아니기 때문에 합의 조건을 둘러싸고 두 국가가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인터뷰에서 "내가 큰 판을 만들어 거기(대통령 책상) 위에 올려뒀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분명한 건, 미국의 최고 협상가인 도널드 트럼프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합의의 가장 큰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만족과 동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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