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쓸어 담는 중국인… 죽 쒀서 개 주나

'죽 쒀서 개 준다'라는 말이 있다. 애써서 만든 결과를 엉뚱한 사람이 이득 볼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 이야기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17일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내국인은 9950명에서 6959명으로 30.1%나 감소했다. 약 1/3 가까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법인 매수자 수는 더 높은 비율로 감소했다고 한다. 915곳에서 379곳으로 58.6%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내국인의 주택 구매가 줄어든 사이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는 늘어났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외국인은 114명으로, 전월 같은 기간 97명에 비해 17.5%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절반 가까이인 54명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외국인 구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지난 6월 말 도입된 대출 규제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라 내국인이 수도권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최대 6억원으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주택자는 사실상 대출이 금지됐다.
하지만, 중국인 등 외국인은 국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해외 은행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금 조달 측면에서 편안하게 부동산 매입 특혜를 받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 정책으로 경쟁자들까지 족쇄가 채워졌으니 편안하게 부동산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VIP 고객을 위한 백화점의 프라이빗 쇼핑데이(일명 피데이)처럼 외국인들을 위한 부동산 '피데이'가 됐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내국인이 불이익을 받는 역차별이 현실화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은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사실상 세금 중과도 받지 않는다. 조정대상 지역의 경우 2주택자는 취득세·등록세가 8%나 되며, 3주택 이상의 경우 12%로 중과 세율이 적용받는데, 외국인은 다주택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국민만 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세금 중과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외국인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역차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집주인이고, 내국인은 월세 내고 사는 날이 멀지않을 수 있다. 외국인이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지속되자 여야 정치권도 부랴부랴 대응 마련에 나섰다. 현재는 사후 신고제 방식인데, 앞으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사전 허가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수할 때 사전 허가를 받고, 3년 이상 실거주를 강제하는 법안도 있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 대상으로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역대 모든 정부의 가장 큰 숙제였다고 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해도 문제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이유이다.
사후약방문인 상황이지만, 그나마 국민의 역차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6억원 이하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의 촉매제가 될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속담처럼 될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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