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지속가능한 ‘K-AI 생태계’ 꾸려야

팽동현 2025. 7. 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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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IT바이오부 기자


‘생태계’란 표현은 세계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관용적으로 널리 쓰인다. 상호작용과 순환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체들이 공존해가는 체계와 환경을 빗댄다. 갑을 관계를 상생으로 포장하는 등 남용된다는 지적도 있으나 딱히 대안 삼을 만한 게 제시되진 않았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넘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너도나도 생태계를 거론하는 요즘이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AI 3대강국(G3) 도약’이란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민간 AI 전문가들을 등용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AI 관련 업계를 비롯해 국민들의 기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당면한 골든타임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지 염려도 든다. 한때는 AI G3로 향하는 이정표라며 AI 활용에만 방점을 찍더니,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소버린AI를 중심으로 AI 개발 얘기만 들리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만큼 소버린AI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도 하다. 지난달 기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챗GPT가 있으니 소버린AI 개발이 낭비란 주장은 베트남에 쌀 많으니 농사지을 필요 없다는 얘기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부응하듯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는 굴지의 기업·기관들이 뛰어들었다. 지난 21일 마감된 공모엔 과기정통부장관과 AI미래기획수석을 배출한 LG AI연구원과 네이버클라우드를 비롯해 SK텔레콤, KT, 카카오, NC AI, 코난테크놀로지, 업스테이지 등이 각각 주관사를 맡아 총 15개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민간에 부담을 주는 요건 때문이었지만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이 지난달 연이은 유찰로 보류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소버린AI는 물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기술패권 다툼이 달아오르고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하는 현 시점에서 데이터 주권, 기술 주권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할 게 아니다. 지난해 브로드컴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도 여전히 기업 상당수가 ‘탈 VM웨어’를 선뜻 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해외 빅테크 종속 문제는 AI 분야에도 재현될 수 있다. 더욱이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환경까지 바라보면 국방·외교·안보 등 민감한 분야엔 소버린AI가 필수적이겠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위한 기반(파운데이션)모델 개발에 나설 필요는 없다. 컴퓨팅 인프라를 포함해 막대한 자본과 자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일이다. 장차 AI가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해당 시장에서 쟁탈전이 본격화되면 인터넷·모바일 시대에도 두드러졌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승자독식으로 귀결될 공산도 적지 않다. 투자 대비 리스크가 클뿐더러 이를 감수할만한 체력이 되는 곳도 드물다.

때문에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또한 임명 전 거친 인사청문회에서 “(국산 기반모델은) 2~3개 기업만 만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다양한 응용서비스와 각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등에서 우리가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여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우리나라 AI스타트업계도 활성화될 것”이라 덧붙였다. AI G3로 나아가는 길은 소버린AI뿐 아니라 AI전환(AX) 영역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AI모델 경쟁은 이미 ‘쩐의 전쟁’이 됐다. 이를 감내할 몇몇 외에 대다수가 노려볼 곳은 산업 맞춤형 버티컬AI 등 AX란 점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글로벌 최신기술과 오픈모델 등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역량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 국내 제조업 등 현장에선 미국 등 IT선도국과 달리 AI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부터 제대로 수집·정제돼있지 않은 곳이 흔하다. AX로 성장해나가기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최근 한 AI기업 대표는 기자에게 “우리나라가 아직 딥시크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소버린AI든 AX든 한쪽에 치우칠 게 아니라 양쪽을 아우르며 균형 있는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반이 되는 데이터와 관련 환경·규제부터 정비해야 하고, ‘하나만 걸려라’는 식의 나눠주기가 아니라 글로벌 흐름까지 고려한 전략적인 자원 배분도 요구된다. 국가 AI 발전에 얼마를 쓰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생태계는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을 갖출 것을 요한다. 산업 생태계엔 그 자체로 지속가능성이 내포돼 있어야 한다. 새 정부가 이 점을 명심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 AI 산업 생태계를 꾸려나가길 기대한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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